동포사회에 뾰족한 날보다 든든한 조력자로 함께했던 고인
본지(本紙) 故 김상주 취재국장이 지난 15일 오후 12시 30분 메모리얼 허먼 응급실에서 심장마비로 소천했다. 향년 57세.
2019년 마지막 한 달 반만을 남기고 있었던 휴스턴 동포사회에 떨어진 비보로 가족들과 교회, 그리고 고인을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비탄과 충격으로 한 주를 보냈다.
1962년 3월 20일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인하대학교 생물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1991년 도미해 곧바로 UT 어스틴과 Texas A&M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월간 코리안저널을 시작으로 휴스턴 한인사회 몇몇 지역언론사들을 거쳐 지난 2017년부터 코리안저널에서 취재국장으로 재직했다.
고인의 부친 역시 대한민국 건국 후 격동의 시기 속에서 서울신문사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터라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어쩔 수 없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의 길을 걸어갔다.
컴퓨터는 물론 기계 다루는데도 능했던 고인은 웬만한 자동차 정비도 스스로 하는 하드웨어적 기술자였지만, 각종 디자인 프로그램에 능숙했던 소프트웨어적 실력자였기에 자연스레 주변에서 도움을 청하는 동포들이 많았다. 많은 이들은 사소한 요청도 거절하지 않았던 착한 해결사로 고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생 시절 처음 카메라를 만졌다는 고인은 이후 50 여년의 짧은 일생동안 늘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특히 휴스턴에 텍사스 포토클럽이 현재의 단단한 뿌리를 내리게 되는데 산파 역할을 했다. 휴스턴의 2배가 넘는 한인인구를 갖고 있는 달라스가 아직까지도 휴스턴 포토클럽 같은 사진동호회 활동이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기 사진전시회와 야외 출사, 정회원 대상의 사진 강의, 사진집 발간, 홈페이지 운영 등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텍사스 포토클럽은 ‘기회가 되면 꼭 조인하고 싶은’ 가장 우선순위 동호회로 동포사회 안에 자리 잡았다.
오는 12월 7일부터 사진전시회를 하는 텍사스 포토클럽(회장 진지나)은 그를 추모하며 ‘노바’(고인의 작가명) 단독 전시공간을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신문사 내에서 고 김상주 국장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보다 빈자리를 즐겁게 메꾸어주었던 최고의 조력자였다. 그런 긍정의 힘들은 코리안저널이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고 시작하는데 좋은 에너지가 돼주었다. 일 속에서 허덕일 때도 자원하여 도와주었던 든든하고 고마웠던 분…보답할 길이 없어 더욱 슬프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손을 내밀어주었던 생전의 그의 모습은 회사 밖에서도 동일했다. 서로 견제하고 거리를 두는 자리, 신문기자라는 직업상 때론 날 선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어도 고인은 대적이 없었다.
그러나 동포사회의 희로애락을 일일이 ◎⃝아 다녔던 고인, 2년 전 허리케인 하비의 재난현장에서, 그리고 달라스와 시애틀 미주체전 등등 수없는 현장 속에서 고인의 움직임은 가장 민첩했고, 고인의 동행은 늘 든든하고 믿음직했다.
그런 고인이었기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황망함과 비통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희숙 씨와 딸 김연희, 아들 김일환을 남겨두었다. 유족들에게 위로와 평강이 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병가 중에 있던 고인이 지난 11월 13일 밤 자택에서 원고 송고를 하면서 보냈던 이메일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마지막 문구가 “직원들 모두 감사합니다…사랑해요”였다. 이것이 고인의 생전 마지막 작별인사였다니 또 한 번 눈물을 쏟는다.
이제 허망함과 상실감 속에서 추수감사절을 맞게 된다. 그러나 고인의 빈자리에서 ‘범사 감사하며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잡기로 했다.
<변성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