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 ‘도하의 기적’ 목격하며 ‘뜻 깊은 연말’
16강전에 더 많은 응원 인파 몰려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최악의 조건에서 더 빛나는 코리안의 투혼.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그랬다.
벤투호 태극전사들은 12년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어코 해냈다. 가나전의 패배로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감독까지 퇴장당하면서 조 1위 포르투갈 전을 감독도 없이 필드에 나섰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전반전 초반에 실점까지 하며 불안했지만, 주장 손흥민의 말처럼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고 희생하는” 투혼으로 2-1 기적을 만들어냈다.
전반 27분 이강인의 왼쪽 코너킥을 김영권(울산)이 슈팅해 동점골을 뽑았고, 무승부로 끝날 듯했던 후반 46분 손흥민의 황금 패스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짜릿한 2-1 역전승을 일군 것이다. 우루과이대 가나전이 2-0으로 마감됨에 따라, 한국은 조 2위로 당당히 16강 무대에 진출했다.
가나전 패배에 이은 3차전 포르투갈 경기를 응원하려 나온 동포들 숫자는 1,2차전에 비해 줄었지만, 선수들과 한 마음으로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김영권 선수가 동점골을 터트리자 분위기는 “우리도 할 수 있다”로 바뀌었고, 한국: 포르투갈 전과 우루과이:가나전을 동시에 시청하며 마음을 졸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후반 선수교체로 들어간 황희찬이 역전골을 만들어내자 동포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만세를 부르고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3차전까지 맨 앞자리에서 한국전을 시청했던 안명수 총영사도 거듭 만세를 부르며 감격해했다.
오영국 전 체육회장은 “50여년 한국 월드컵 역사상 가장 감격적인 순간 아니겠느냐”면서, 2018년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겼을 때보다 더 극적이고 감격적이라고 전했다.
최봉식 축구협회장은 울컥 감격의 눈물을 보이면서 “우리 선수들 너무 잘 싸웠고 자랑스럽다”며 이 기세와 열기로 우승 후보 브라질과도 싸워볼만하다며 “Go!Go!”를 외쳤다.


8강 진출 물거품 됐지만 “잘 싸웠다”
기적 같은 16강 진출 드라마를 쓴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16강 전이 중계되는 5일(월) 오후 1시 한인회관에는 우승 후보 브라질까지 이겨보자는 기대감이 더해져 자리가 꽉 찼다. 평소 한인사회에 얼굴을 잘 내밀지 않는 동포들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1위 브라질(한국 28위)의 벽은 너무 높았다. 전반에만 4실점을 하자 응원단들은 하프타임에 대부분 자리를 떴다.
그러나 체육회와 한인회 임원들과 안명수 총영사, 오영국 전 체육회 이사장 등은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고, 최봉식 축구협회장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유지영 전 축구협회장은 두 남매를 학교 조퇴시켜 응원에 나섰다. 그런 진심 탓인지 한국은 후반 31분 백승호가 세계 최고 브라질 골키퍼를 상대로 멋진 추격 골을 터트렸다.
MZ 세대들 사이에선 월드컵을 응원하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구호가 유행됐다고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뜻 깊은 교훈을 준 월드컵 한국 대표팀 덕분에 연말이 즐거워졌고, 어찌보면 우리가 대표팀을 응원한 게 아니라, 대표팀이 우리를 응원해주었다는 감사가 있다. 휴스턴 체육회(회장 유유리)도 “끝까지 응원을 함께한 동포들 모두 훌륭한 애국자자”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