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연재가 7살 때 자기 방에 붙여 둔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을 그렸는데 연재를 중심으로 해서 아빠, 엄마, 누나, 동생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있습니다. 고맙게도 아빠를 그릴 때면 연재 옆에는 항상 아빠가 있습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아빠를 친한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구나’ 제 나름대로 해석해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을 통해 아이의 심리 상태를 유추하는 검사가 있습니다. 대개 말로 자기표현을 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나 의식적인 수준에서 자신에 대해 감추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 검사는 특히 유용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중에는 가족 그림에 아빠를 빼먹고 안 그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꼭 가족 모두를 다 그려야 돼요?”라고 묻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돼.”라는 대답을 들은 후에 아빠를 그리지 않는 아이들도 있고, 그런 과정 없이 그냥 빼먹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림을 다 그린 후에 “아빠는 그리지 않았네. 아빠는 왜 안 그렸어?”하고 물어보면 “여기에 같이 안 왔으니까요.”라고 하거나 “그냥요.”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아빠가 빠진 것은 아빠라는 존재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거의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빠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 때문에 아빠를 심리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의 교육에서 아빠의 역할은 생각보다 큽니다.
캐나다 통계청의 한 자료에 따르면, 아빠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우울증세가 낮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14-15세 청소년 908명을 대상으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수행한 연구 결과, 부모와의 관계가 나쁜 아이는 정서적 불안을 더 많이 겪는데 특히 엄마보다는 아빠와의 관계가 나쁠 때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아빠의 영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많은 아빠들이 밖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 최고의 아빠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는 인색합니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안정이 되면 함께 놀아주겠다며 아이와의 약속을 자꾸 뒤로 미루는 아빠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이가 5, 6학년만 되어도 벌써 부모 품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아빠에게 여유가 생길 즈음에는 아이가 이미 아빠를 대신할 다른 것을 찾아 나선 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빠들이 땀 흘려 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가정과 아이라면,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해 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자투리 시간을 활용합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항상 길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출근 전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의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해도 아이와의 시간을 자주 가질 수 있습니다. 잠깐 동안이라도 아빠와 눈을 맞추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는 아빠가 늘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짧은 만큼 숙제나 용돈 같은 일상적인 질문과 대답보다는 지금의 기분, 하루 중 가장 즐거웠던 일 등 정서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대화가 좋습니다. -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 소재로 삼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하라고 하면 장황하게 설교를 늘어놓거나 대뜸 고민거리부터 묻는 아빠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아이들은 아빠와의 대화를 잔소리 듣기나 곤란한 질문 받기로 생각하고 피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가 아빠와의 대화를 즐기게 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즐거운 대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게임, 텔레비전, 친구, 옷 등 아이가 관심 갖고 흥미 있어 하는 것에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도 마음을 열고 아빠 말에도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 둘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엄마나 다른 형제자매 없이 아빠와 아이,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아빠, 엄마, 첫째, 둘째가 모두 함께할 때 아이는 자신이 충분히 관심 받고 있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아빠와 첫째, 엄마와 둘째 혹은 아빠와 둘째, 엄마와 첫째가 따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누군가와 나누지 않고 온전히 독점하는 경험이 아이에게 큰 안정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형제 자매간에 경쟁과 질투가 심하다면 엄마 아빠가 각각 한 명의 자녀를 맡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스킨십을 늘립니다.
아빠는 아이와 몸을 부딪치며 하는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하면서 경험하는 스킨십은 말보다 강한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스킨십을 많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정기적으로 함께 해야 합니다. - 칭찬을 많이 합니다.
칭찬은 고래만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감과 안정감을 심어주고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더더욱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야단을 더 많이 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칭찬거리보다는 야단거리가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윙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의 부족한 모습에는 눈 감아주고, 잘하는 행동에는 큰 관심을 먼저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빠의 칭찬 한마디가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2005년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다고 아키라의 “아이를 빛나게 하는 금쪽같은 말”은 부모의 짧은 “한 마디”로 아이들은 안정감을 갖고 세상을 향한 도전의식을 갖게 되는 비법을 소개하고 있어 요약해 보았습니다.
- 아이의 “기분을 밝게 하는” 14가지 말
- 밝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명랑하다.
- 정말 잘 어울려.
- 좋은 일 있었니?
- 엄마(아빠)는 언제나 널 믿는단다.
- 웃는 얼굴이 최고야.
- 잘했어!
- 엄마(아빠)도 네 나이 때로 돌아가고 싶구나.
- ‘안 녕’ , ‘잘 자’ 하고 인사를 나누자.
- 참 좋은 친구들을 두었구나.
- 이번엔 엄마(아빠)가 졌어.
- 우리, 조금 느긋해지자.
- 재미있니?
- 자, 이제 싫은 소리는 이쯤에서 그만 하자.
- 이것이 네 장점이구나.
- 어른이 다 되었네.
김성호 목사
텍사스 기쁨의 교회 담임
남부개혁대학 & 신대원 기독교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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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한인 노인 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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