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트레스 쌓여.” 아이가 짜증을 내며 이런 말을 할 때, 부모들은 흔히 “조그만 것이 무슨?” 하며 웃어넘기곤 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것은 단지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언어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데 서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이지, 사실상 어른들 못지않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정신의학회가 8~17세 어린이 1206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3분의 1 이상이 1년 전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뉴욕타임스 2009년 11월 5일자). 정신의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가 언제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린이 30%가 가족의 경제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던 반면 부모는 18%만이 이 문제로 자녀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학교 생활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지만 부모는 3명 중 1명만이 자녀가 이 문제로 고민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10대의 29%는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대해 고민했지만 부모는 5%만이 자녀가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부모의 3분의 2는 자신들의 스트레스가 자녀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어린이의 80%는 부모로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배운다고 응답했다는 것입니다. 조사를 수행한 임상 심리학자 캐서린 노달 박사는 자녀에게 부모의 걱정을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어린 자녀는 부모의 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자녀가 문제에 대해 정확히 모르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거나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노달 박사가 안내한 ‘어린이 스트레스 줄이는 5가지 방법’입니다.
(1) 부모가 실업, 부부갈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면 자녀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이 문제가 가족에게 큰 위기가 아님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2) 자녀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일반적인 신호는 두통, 복통, 식욕 감소, 수면 장애, 놀이 부족 등이므로 이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자녀들은 스트레스를 밖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내면화 시켜서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핍니다. 잠자기 전, 저녁 식사 시간, 운전 중일 때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자녀와 대화할 때는 휴대폰 사용, 비디오 게임, 텔레비전 시청 등을 자제해야 합니다. 조사 대상 어린이의 85%는 부모가 매우 바빠 보여서 대화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학습 부담, 또래관계, 부모와의 관계 등 다양하기 때문에 먼저 원인을 정확하게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행동이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면 그 이유가 뭔지 파악해서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친구와의 관계가 문제라면 적당한 시기에 친구를 초대하는 등 아이의 친구 사귀기를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가장 먼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합니다. 부모가 자녀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대화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대화를 한답시고 지시만 늘어놓다가 결국 충고로 끝을 맺는 태도입니다.
스트레스는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오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에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가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힘든 상황을 부모가 이해하고 이를 같이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개입이 치료에 필수적입니다. 아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 무엇인지 아이의 눈높이에서 찬찬히 살펴보는 스트레스 주는 부모가 아닌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부모가 되야 합니다.
<우리 아이 스트레스 대처하기>
◎ 몸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어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적절히 대응해 탈출구를 찾지만 어린 아이들은 아직 그럴만한 대처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그대로 노출된 아이들은 복통과 두통, 불면증, 신경질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납니다. 평소에 틱 증상이 있거나 심하게 내성적인 아이들, 또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그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때 부모가 아이들을 혼내기만 하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더 받아 산만해지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 스트레스는 꾀병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아프다고 할 때, 부모는 꾀병이 아니라 정말로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증상은 병원에서 진료를 해도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습니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의 호소를 가볍게 여기기 쉽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은 더 큰 질병을 초래하거나 만성질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내 자녀 바로 알아야 합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성인과 달리 스트레스를 해소할 돌파구를 찾는데 미숙하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 상황을 예상하여 준비시켜야 합니다.
스트레스에 약한 아이라면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이 생기기 이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야 합니다. 시험을 본다거나 대회에 나갈 때 ‘꼭 1등을 해야만 한다.’ 라거나 ‘너를 가르치기 위해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지?’ 라는 등의 부담을 주는 말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또 어려운 학업이나 일을 막 끝마친 아이에게 또다시 어렵고 힘든 공부를 하게 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더 받고 집중력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때는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아이에게 ‘그 정도 가지고 힘들어 하면 어떻게 하느냐.’ 등의 다그치는 말보다, 그 상황을 힘들다고 여기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자주 해 주어야 합니다.
진정한 스트레스의 프로는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사람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건강하게 스트레스 푸는 프로가 되시길 바랍니다.
김성호 목사
텍사스 기쁨의 교회 담임
남부개혁대학 & 신대원 기독교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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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한인 노인 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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