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민족이 이동하는 큰 날에 우리는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덕담을 나눕니다. 온 겨레가 하나되는 꿈도 꿉니다. 그 일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인생 팔자도, 시름도, 한숨도 모두 걷어 두고 보름달처럼 휘영청 밝은 날, 이 큰 달님도 내일이면 기우는 것을 알면서도 맨 먼저 고향 갈 생각하고,
그 날만은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못 먹고 못 입고 살았어도 부모님 걱정하실까 그날 만이라도 잘 빼입고 한 아름 들고 처자식 품에 안고 고향길을 찾아갔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이후에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다윗과 같은 왕이 나온 적이 한번도 없었고 다윗을 이해하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급기야 두 나라로 쪼개 지더니, 서로 갈라져 물고 뜯다가 같이 멸망했습니다. 인생도 쪼개지면 같이 죽는 것이고 안 쪼개 지면 한평생 같이 가는 것입니다. 다윗의 나라는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무슨 은혜였는지 모두 한번 쯤은 죽을 만큼 인생 꺽였었어도 신기하게도 벌떡 일어난 사람들 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다윗을 중심으로 앞과 뒤를 나눌 정도로 다윗만 같으면 모든 왕들은 성공하고 출중한 왕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다윗이 죽고 다윗과 같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역사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었고 심지어 예루살렘은 지도에서 사라진 적도 많았었습니다.
리비아에 큰 홍수가 있었습니다. 튀르키에는 지진도 있었습니다. 그런 슬픔 소식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한가위는 한가위입니다.
한가위같이 그 풍성하고 여유로운 정서는 여전히 이 세상 어디에 살아도 우리 한국인의 정신 속에 신앙처럼 살아있는 것입니다.
친구가 튀르키예 지진봉사팀에 합류해 기도하고 떠났습니다. 그 심정이 ‘한가위 같은 것’입니다.
가지 못한 친구들도 많습니다. 괜찮습니다. 지금 여기서도 숨돌리면서 버티는 지진같은 인생도 교회도 직장도 만만치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강대국의 틈에서 다윗 같은 왕이 또 나왔으면 하는 생각에 ‘다윗만 같아라’라는 희망만 남긴채 역사의 온갖 수모들을 겪어야 했습니다.
다른 왕들은 살다 그냥 뭍힌 것입니다. 오랜 세월 후에 유대민족이 다시 탄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다윗만 같아라’라는 믿음을 등에 업고 이제는 메시야만을 기다립니다. 다윗의 마음이 그것이었습니다.
세 번 기름부음을 받은 왕답게 그의 마음속에는 메시야에 대한 소망만이 온 이스라엘을 이스라엘이 되게 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말씀이 되는 나라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왕이었기 때문에 다윗을 하나님은 내 마음에 합한 왕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다윗은 한가위같이 전체를 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다윗만 같으면 다 됩니다. 다윗은 두 가지를 버리지 않았었습니다.
하나는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은 죽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전쟁은 하나님께 속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다윗의 생명과도 같고 계명과도 같았습니다. 이것은 야곱의 허리에서 이스라엘이 시작된 이래로 다윗이 온 역사의 기준이 된 근거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울도 기름 부음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하나님 무서운 줄 모르고 율법을 어기기를 밥 먹듯했고,
하나님을 이용하고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면서 원치 않는 왕직을 수행하다가 맨탈이 붕괴되더니,
급기야 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었던 창을 다윗에게 던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다윗만 같아라! 사울을 끝까지 용서하고 그의 죽음을 통곡하면서 국장을 치루면서 그는 활의 애가를 불렀던 것입니다.
그의 마음은 죽는 날까지 하나님께로 부터 돌아선 적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죽이려 해도 하나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 달라고 매달려 절절매는 왕이었습니다.
어떤 왕이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할까요? 기름 부음을 통해 전쟁은 하나님께 맡기면서 이스라엘의 완벽한 국가관을 세운 것입니다.
다윗만 같고, 한가위만 같아라! 인생 부러울 것 없습니다. 하나님 잘 믿고, 교회 잘 다니고, 잘못 있으면 다윗왕처럼 바짝 엎드려 회개하고 다윗과 같이 한가위처럼 일어나 계속 살아 가는 것입니다. 어린 자식 품에 안고 새색시 손목 붙잡고 부모 찾아 갔던 그 큰 날처럼 모든 한이 풀리고 모든 서러움이 도망가고 우리네 만정을 막힘없이 뿜어 내는 한가위만 같아라! 다윗을 누가 어떻게 말하든, 한가위를 누가 어떻게 묻든지 간에 다윗만 같아라!
맥알렌제일한인장로교회 이근형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