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고자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해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끊이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없었으면 했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습관대로 살아오던 삶에서 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발목을 비틀어서 새로운 길로 향하도록 했습니다.
사자성어에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께서 한 말씀으로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토대로 새 것을 안다.”는 뜻입니다. 사람에게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의 일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런 면으로 볼 때에 작년 2020년은 참으로 배울 것이 많았던 해입니다. 그리고 새해는 그 배움에 기초한 더욱 가치있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디모데전서 4:4절에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라고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작년에 당한 어려움으로 인해서 그 시간들이 차라리 없었으면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작년이라는 시간은 값비싼 배움이 있었던, 버릴 것이 없던 소중한 한 해였던 것입니다. 지난 한 해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지하고 연약한지를 배우는 한 해였습니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전염병이 금방 끝날것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에 있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의 총리는 예정된 7월에 반드시 올림픽을 개최할 것이라고 공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현대 의학으로 백신이 곧 나올 것이고, 이 정도의 전염병은 충분히 통제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어림없는 소리였습니다. 중국의 한 지역에서 발생한 작은 바이러스가 곧 통제되기 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전세계로 퍼져서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물과 화장지를 사기 위해서 새벽부터 가게 앞에서 줄을 서야만 했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효과가 있냐 없냐를 가지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사회 지도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제 위기에 처한 개인이나 기업을 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없는 고심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람이 대단한 존재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현대 의학은 모든 건강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정치와 경제 조직이 사회의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잘 해결해 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병균의 공격 속에서 속수무책인 우리 자신들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고 연약한지를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아는 것만해도 대단한 지혜를 배운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사야 2:12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대저 만군의 여호와의 날이 모든 교만한 자와 거만한 자와 자고한 자에게 임하리니 그들이 낮아지리라” 작년은 하나님께서 사람들이 얼마나 하나님 앞에 교만하였는지를 알려 주시고자, 사람들을 낮추셔서 사람들의 무지와 연약함을 드러내셨습니다. 작년은 ‘여호와의 날’을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무지와 연약함을 깨닫고, 새해를 하나님앞에 겸손함으로 시작한다면 지난 해의 배움이 헛되지 않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 주셨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전에는 비일상적인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일상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을 꺼려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마스크 없으면 큰 일날 것처럼 생각합니다.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고 말하며, 서로 간에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스크 없이 서로 긴밀하게 붙어 지내던 일상들이 아주 먼 옛날에 있던 낯선 일처럼 생각하며, 그 때를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때론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적인 것에 대해서 소홀하게 여기며 그 소중함을 망각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런 유머가 있습니다. 열애 중에 있는 젊은 남녀를 보면서 한 아내가 자신의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도 저 젊은 남자처럼 나에게 잘 해줬으면 좋겠어. 결혼 한 후에 너무 변한거 아냐?” 그랬더니 그 남편이 이렇게 대꾸합니다. “잡은 물고기한테 밥 주는 것 봤어?” “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는 주지 않는다.”라는 말은 오야소이치 라는 일본의 유명한 평론가가 사용한 말입니다. 서로의 소중함을 잊고 소홀하게 대하는 현실의 관계들을 풍자한 말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현재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소홀하게 여기며,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관계, 소유물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 소중함을 깨달을 때에 우리의 일상은 무의미한 결핍의 삶이 아니라 감사가 넘치는 풍성한 삶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있는 일상적인 것들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부활시키는 일로 한 해를 시작한다면, 그 어느때보다 의미있고 감사가 넘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 해에는 사람들이 계획했던 일들이 취소되어야만 했거나 파행적으로 행해져야 했습니다.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그 여행을 포기해야 만 했습니다. 여러기관에서 준비했던 행사들은 취소해야만 했습니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업이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별로 관심하지 않았던 회사들이 횡재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사람들의 계획한 많은 것들이 그대로 이루어진게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계획은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 모든 계획을 완전히 이루신 분이 있는데,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잠언 19:21절에,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열심히 계획한 것들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서 이 세상이 사람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손에 달려 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깨닫고, 주님을 의지하면서 한 해를 살아간다면, 아니 평생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고통스러운 배움은 헛된것이 아니라 지극히 소중한 것이 될 것입니다.
전도서 3:11절에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라고 했습니다.
지난 한 해의 어려움들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하심 가운데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람의 무지와 연약함을 통해서 하나님의 지혜와 권능을 드러내주셨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이 세상의 주권자는 하나님이심을 경험케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앞으로도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지는 측량할 수 없지만, 앞으로의 사건들은 하나님을 깨닫게 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임을 깨닫고, 하나님이 계심과 그분의 주권을 인식하면서 살아간다면 지난 한 해와 더불어 올해도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샌안토니오 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배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