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2011년 1월 8일 아리조나 투산에서 큰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민주당 현역하원의원인 개비 기퍼즈가 한 식료품점 앞에서 30여명의 청중들을 모아놓고 유권자와의 만남을 막 시작했을 때 공화당을 지지하는 한 괴한이 나타나 30여 발의 총을 난사해서 6명이 즉사하고 기퍼즈 의원은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사건이다. 그는 생명이 위험했으나 아리조나 외과대학 병원에서 한국인 의사 피터 리의 수술을 받고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그러나 뇌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1년 여 동안 재활치료를 했지만 다 회복되지 않아 2012년 스스로 하원의원 직을 내려놓게 된다.
의원직을 사퇴하던 날 그가 후유증으로 말이 어눌했기 때문에 친구 데비 술츠 하원의원이 대신 사퇴소감을 읽었고 양당 하원의원이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를 찾아 그를 위로하고 당시 공화당 하원의장인 존베이너는 눈물로 그를 배웅했다.
재활 훈련 때문에 의원직을 중도 사퇴한 그는 현재 총기 소지 반대 및 사고 희생자를 위한 단체를 이끌고 있다. 그녀 대신 해군장교이며 나사 우주비행사 출신인 남편 마크 켈리가 이번에 아리조나 주상원의원에 당선되어 정치인의 꿈을 이어가게 되었다.
꼭 10년이 지난 8일, 뉴욕타임스(NYT)는 기퍼즈 전의원을 특별 칼럼니스트로 초청했다. 그의 특별칼럼이 게재되고 난 후 기퍼즈 의원의 생존 10주년 축하 인사는 곳곳에서 쏟아졌다. 특히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나의 소중한 친구 개비가 10년 전 이날 끔찍한 일을 당했다”며 “개비는 용기를 갖고 비극을 목적의식으로 전환시켰다”고 썼다.
기퍼즈는 칼럼에서 자신의 불행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대신 그는 미국의 통합을 얘기했다. 자신과 똑같이 총탄에 쓰러진 에이브러햄 링컨을 화두로 꺼내면서다. 그는 “나는 다행히 운이 좋아 목숨을 건졌지만 링컨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라며 “링컨이 (남북 전쟁으로 갈라진) 미국을 통합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적었다.
기퍼즈는 이어 6일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회 난입을 언급했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총격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주, 우리 사회는 충격에 빠져있다”며 “그러나 링컨은 자신의 어린 아들 윌리가 죽은 뒤에도 아픔을 이겨내고 사회 통합을 위해 애썼고, 우리는 그의 꿋꿋함과 의지를 배워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링컨이 노예해방 선언을 하기 몇 주전에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그의 조카에게 썼던 편지를 인용했다.
나는 이제 우리가 잘아는 링컨의 유명한 게티스버그의 연설을 돌이켜 본다.
Adhere to your purpose. 너의 목표를 고수하라.
We here highly resolve that these dead shall not have died in vain-that this nation, under God, shall have a new birth of freedom-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그들이 헛되이 죽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신의 가호 아래 이 나라는 새로운 자유의 탄생을 보게 될 것이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게티스버그 연설은 미국의 전통인 자유, 평등, 민주주의에 대한 상징이 되었으며,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설로 손꼽힌다. 전쟁이 종료돼 가면서 링컨은 관대한 남북간의 화해 그리고 공화당 안에서의 여러 분파들이 화합하는 것을 통해 국가를 통합하는 정책을 이끌었다.
이제 미국에서 분열로 치달았던 트럼프 시대가 끝나가는 것을 보면서 기퍼즈가 기고한 칼럼을 통해 링컨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미국이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하나가 되고 진정한 자유와 평등과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조의석 목사
우드랜드 빛사랑교회 담임목사, 수필가.
저서: 수필집 <블루보넷 향기>(2010), 시집 <거듭남>(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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