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부끄러워했다…
한구절 아름다운 시가 그의 인격이 되고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듯이 요사이는 영화나 드라마의 명대사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가 되고 그 작품과 작가를 기억하게 한다.
내 삶이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에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아닌 하루가 온다해도 인생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 만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였고
그리고 ‘나’ 였을 그대들에게
<눈이 부시게> 라는 드라마의 마지막 나레이션 입니다. 드라마를 다보지 않아서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이 마지막 대사가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꽃이 피기 전에 부는 바람을 달콤하다고 느끼는 감성은 충분히 누군가를 아름답게 사랑할 자격이 있습니다. 해질 무렵 석양을 바라보며 그 찬란한 오랜지빛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소소한 일상에도 행복을 느끼며 그날 하루를 눈부시게 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실 매일 매일의 삶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고 일상의 반복이라 할지라도 인생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고 만나는 자연과 사람과 예술은 아름답습니다. 한 두가지 과거의 아픔을 자꾸 되새 길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하고 미래를 밝음으로 바라보세요. 수줍은 듯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과 내가 잠든 밤에도 영롱하게 빛나는 별빛이 나의 인생을 비추고 있습니다.
내게 주어진 오늘을 헛되지 않게 의미있고 재미있게 그리고 눈부신 삶으로 가꾸어 가세요.
대단한 날은 아니고…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어요. 동네에 다 밥 짓는 냄새가 나면 나도 솥에 밥을 앉혀놓고 그때 한참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던 우리 아들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가요. 그럼 그때 저멀리서부터 노을이 지는데… 오렌지와 핑크, 보라색이 감도는 노을이 저 멀리 펼쳐져 있는데 그 때 저쪽에서 걸어오는… 내 사랑하는 내 남편 아기 아빠, 그 때 아기를 안고 함께 노을을 바라보는 그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그녀.
제가 어릴 적 시골에 살때 저녁 어스름 노을이 지면 동네 집집마다 집 뒤에 세워진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고 흘러오는 밥짓는 구수한 냄새가 좋았습니다. 조금 지나면 어머니가 앞치마를 두른 채로 마당에 나와 밥먹어라 부르시던 고향의 추억이 있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서정주님의 시를 송창식이 노래했지요. 내가 죽어서 네가 산다면 …. 아름다운 청년이었을 때 아들 하나를 남기고 죽은 남편을 그리워 하며 혼자서도 아름답게 생을 살아낸 주인공이 치매에 걸려 가장 행복했던 젊은 날에 기억이 멈춘채로 우리들에게 말합니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조의석 목사
우드랜드 빛사랑교회 담임목사, 수필가.
저서: 수필집 <블루보넷 향기>(2010), 시집 <거듭남>(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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