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기업은 생산과 판매를 통해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항상 좋은 말만 듣기는 어렵다. 이익이 남아야 기업도 성장하고 직원들에게도 봉급도 줄 수 있다.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살길을 뛰어넘어 사회적 기여를 말없이 실천하는 기업이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기업이다.
4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회장. 그의 장례식에 특이한 손님들이 왔다. 형편이 넉넉치 않아 보이는 중·고등학교 학생들 그리고 대학생들이다. 그들은 함회장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그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았다. 날 때부터 심장병을 앓아 생사의 기로를 헤매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이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비싼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이들이 함회장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심장병을 고친 은혜를 잊지 못해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도움을 입은 아이들이 4천 여명, 그리고 많은 가난한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오뚜기는 한국에서 기업 순위 50위권 밖에 있는 중견기업이지만 사회적 기여를 많이 한 착한 기업으로 소문이 났다. 오뚜기 라면과 케첩, 마요네즈를 생산하고 최근에는 진라면이 히트해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함태호 회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은 “매사에 적극, 범사에 감사” 하라는 말이다. 그것이 본인이 살아온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별로 자랑하거나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많은 일화가 남아있지 않지만 심장병 어린이를 도울 때 장학금을 전달할 때 그리고 시식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사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자리에서 그는 매사에 부지런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라고 가르쳤다. 게으른 사람은 하늘도 돕지 않는다. 감사를 모르고 불평하는 사람은 더 이상 나누고 싶지 않다.
그의 아들 함영준이 이제 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손녀 함연지는 미국에서 유학을 한 기업가의 손녀인데 모델일을 하며 소탈하게 유튜브 채널 ‘햄연지’ 를 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활 중 친구들이 함을 햄이라고 발음하여 햄연지가 되었다. 재벌집 자녀 티를 내지 않는 그 손녀가 말한다.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보시며 ‘우리 손녀 놀고 있네’ 그러실 거라고 … 할아버지의 정신을 닮아 검소하고 숨길 것이 없는 사람으로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조급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매사에 적극적이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 하늘은 부지런한 자를 외면하지 않는다. 코로나 라는 특유의 사태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어떤 사람은 일자리를 잃어 슬프지만 그래도 매사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내게 현재 주어진 아주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자.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희망과 성취의 햇빛이 내게 다가와 기쁨으로 피어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조의석 목사
우드랜드 빛사랑교회 담임목사, 수필가.
저서: 수필집 <블루보넷 향기>(2010), 시집 <거듭남>(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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