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랑일까, 돈일까, 가족일까, 명예일까? 사람마다 조금씩 그 대답이 다를 수 있다. 살아가는데 가족이 중요하고 아프거나 힘들때는 그래도 가족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족 간에도 사랑이 식었다면 얼마나 서먹하고 삭막할까? 진정한 사랑이 없이 돈이 함부로 쓰여 진다면 사회에 해악이 될 수도 있다.
94세라는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지, 그 사랑의 힘이 얼마나 실제적인지 증명해 보인 멋진 분이 있다.
최근까지 국내 최고령 현역 여의사로 활동한 한원주 매그너스 요양병원 내과 과장, 그는 부부가 의사였는데 처음에는 산부인과 진료를 하다가 남편과 미국에 유학하여 내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한국에서 개업하여 필요한 만큼 돈도 벌었다. 50대 중반에 사랑하는 남편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더 이상 돈을 벌기위한 병원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선교병원을 30여 년 동안 운영했다. 82세가 되던 해에 병원을 접고 요양병원에서 내과 과장으로 일하면서 12년을 봉사하고 지난 9월 30일 하나님 나라에 갔다.
요양병원은 나이 든 노인들이 외롭게 보내는 곳인데 그들을 회진할 때 천천히 듣고 오래 보며, 때로는 노래도 불러주는 그런 진료를 했다. 그들의 마음의 아픔과 외로움을 다 들어주고 그들의 아픈 곳을 오래 세심히 살피며 그리고 때로는 그들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래도 부르는 참으로 넉넉하고 사랑이 넘치는 진료방식이었다. 그 분에게서 진료를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원장님을 (병원에서 예우상 원장이라고 불렀다) 만나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마지막 1주일을 자기가 진료하던 요양원에서 보내고 하나님 나라로 가면서 함께 했던 직원들에게 그리고 자기가 돌보았던 환자들에게 ‘힘내, 가을이야, 사랑해’ 세 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얼마나 간명하면서도 멋진 유언인가! 작년에 출간된 에시이집 <100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 에서는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며 “살아 있는 동안 기쁘게 살며 내 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사랑으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했다.
그는 100세 까지 현역으로 일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그러나 생명은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정하신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언제라도 “네, 갑니다” 하고 달려갈 것이라고 고백했다.
남은 날들을 사랑으로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미움이나 손해본 것에 대한 나쁜 기억은 지우고 오직 사랑만으로 나의 삶이 채워지면 좋겠다. 자기 외아들을 주신 하나님의 사랑, 십자가에 달리사 우리 모든 허물을 대신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나니 얼마든지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이 짙어가고 우리의 사랑도 더 성숙해 간다. 인간에게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심성을 주신 그 분을 챤양한다.
조의석 목사
우드랜드 빛사랑교회 담임목사, 수필가.
저서: 수필집 <블루보넷 향기>(2010), 시집 <거듭남>(1991)
832-212-3339
Ischo6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