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변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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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와 더불어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짐 데이토 교수(하와이대 명예교수)는 지난 7월 고려대안암병원에서 개최한 ‘넥스트 노멀’ 컨퍼런스에서 “포스트코로나 시기에 한국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 감염병을 계기로 공평하고 효율적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민국 방역의 인지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단번에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휴스턴총영사관이 올 한 해동안 실시했던 주요 공공외교 활동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K 방역은 단연 가장 관심있는 주제였다는 보고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 공공의 적이고 재난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2020년에 대한민국의 위상은 각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코로나19가 막 퍼지기 시작할 무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 92회 아카데미시상식을 휩쓸었다. CNN은 “비영어권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면서 2020년 미국 문화계 키워드 중 하나로 ‘기생충’을 꼽았다.
다음은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BTS’. BTS는 최초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음악 그룹으로 그 인기는 전세계에 걸쳐 상상을 초월할 만큼 뻗어있다. 그래미 후보에 오른 최초이자 유일한 대한민국 그룹이고, 트위터 최다활동 음악그룹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기간 중이었던 지난 8월 21일 발표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한국인 가수 중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영어로 된 ‘다이나마이트’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때에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하며 어둠 속에서도 새롭고 신선한 발상으로 전 세계인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 30일 유튜브 채널로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에 처음 올렸던 ‘한국의 리듬을 느끼세요’ 영상이 조회수 3억 뷰를 넘기며 인기폭발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제한돼 크게 위축된 심리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한국문화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국악 기반의 팝밴드 ‘이날치’와 현대무용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협업해 만든 서울편 ‘범 내려온다’의 폭발적인 인기는 부산, 전주, 안동, 강릉, 목포 등의 추가 영상까지 인기몰이를 해가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 좋은 예로 한국인들도 무릎을 칠 만큼 기발한 기획이다. 영상을 보면 ‘도대체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포스트코로나 시대 방한 수요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파격적인 접근 방식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스페인에서 열린 ‘관광혁신서밋’에서 디지털 캠페인 부문 ‘2020 관광혁신 어워즈’를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휴스턴에서 열린 2020 US LPGA 투어 최종 라운드에서 김아림 선수가 생애 첫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한 가운데서 가까스로 출전 기회를 잡아 참여한 대회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대한민국이 줄줄이 차지하는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한국이 세계를 주도할 조건들이 갖춰졌다”는 짐 데이토 교수의 발언이 단지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닐 것이란 기대를 하면서 2020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