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동포사회의 저력을 보다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경선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다니…
한인회장 선거라면 으레 단독후보 당선, 혹은 후보 박탈과 뒤이어지는 소송전 등이 우리에게는 더 흔한 광경이고 뉴스였다. 33대 한인회장 선관위가 40여년만의 경선을 축제의 장으로 이끌고 가자고 했을 때 과연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다.
변재성 전 한인회장의 전언에 따르면 약 36년 전 15대 오양환 한인회장 경선 당시 약 2천700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2년째 단절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1천24명(혹은 1천32명)의 숫자는 2천700명보다 더 위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에 앞서, 휴스턴 한인동포들은 KCC, 한인회, 한인학교를 통합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하나의 단체도 분열과 분리를 밥 먹듯 하는 마당에 여러 단체간 통합은 휴스턴 동포사회였기에 가능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지난 11월 29일 폐막한 휴스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국가대표 선수들이 휴스턴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휴스턴 탁구협회가 중심이 되어 환영식부터 응원전, 선수단에 한식 도시락 제공 등으로 수준급 민간 외교관 역할을 했다. 순수하게 탁구가 좋아서 시작한 순수한 지원활동은 선수들과 임원들을 감동시켰고, 결국 대한탁구협회와 미주대한탁구협회간 전격적인 MOU 체결을 가져왔다. 향후 휴스턴 탁구 생활체육이 업그레이드되는 전기도 마련했다.
19기 민주평통휴스턴협의회는 팬데믹 기간 중 가장 돋보였던 협의회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온·오프라인 통일강연회를 15회 이상 성공적 개최 및 공공외교활동, 세대간 참여를 유도하는 창의적 사업 등은 결국 20기 출범시 미주 지역협의회 중 최다 증원을 기록했다. 미주 한인인구 규모를 보았을 때 휴스턴협의회의 부상은 예상치 못한 것이지만, 발로 뛰는, 모범이 되는 활동들이 일궈낸 당연한 결과였다.
보수성향을 가진 동포들의 모임인 휴스턴 청우회는 미주내 다른 대도시 보수모임들 보다도 선두에서 활동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활동이 많이 축소되었지만, 중요 이슈 때 마다 오히려 미주지역의 보수 인사들이 휴스턴으로 집결할 만큼 대한민국 정치적 이슈와 2020 미국 대선 등에서 일관되고 뚜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렇듯 휴스턴 동포사회의 많은 단체들은 각각의 자리에서 각각의 목소리로 휴스턴 한인사회의 저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33대 휴스턴 한인회장 선거 과정에 분명 상처도, 흠집도, 문제도 있었다. 반면 양 후보들의 선전과 선관위의 중재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싸움을 말린 것은 굵은 빗속에서도 한 표 행사를 멈추지 않았던 한인동포들이 결단이었다. 경선을 통해 절반의 승리로, 낮은 자세에서 겸허하게 출발하도록 만든 동포들의 지혜로운 선택을 33대 한인회는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