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변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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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첫 관문이라는 입추(立秋)가 8월 8일이었고, 삼복(三伏) 가운데 마지막 복날인 말복(末伏)은 8월 15일이다. 계절 변화의 핵심을 막 지나고 있는 셈이다.
입추는 가을로 들어선다는 뜻이고, 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庚日)을 말한다. 60갑자 중 경(庚)은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에 경일을 복날로 정해 초복·중복·말복으로 여름 더위를 통과해갔다. 우리 조상들은 가을의 시작인 입추(立秋)에서 더위의 끝물인 말복(末伏)까지 더위의 정점을 지나면서 보양식을 챙기며 원기충전을 해왔다.
입추는 태양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나눈 24절기(節期) 중 하나다. 그러나 삼복은 풍습과 세태를 반영해서 구분한 것이다. 24절기 중 낮이 가장 긴, 즉 태양의 해가 가장 많이 비치는 날인 하지(夏至)가 올해는 6월 21일이었지만, 정작 땅이 가장 뜨거워지는 시간은 7월 말에서 8월 초가 되어야 한다. 입추가 지나면 선선해질 것 같지만 결국은 말복이 지나야 무더위도 조금씩 물러간다.
삼복은 ‘지칠 듯 더운 날’이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 과정에서 ‘가을을 생각하며 더위를 이기는 날’로 삼는 교훈과 지혜를 갖고 있었다.
휴스턴에 살면서, 입추가 지났으니 혹은 말복이 코 앞이니 폭염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하고 감히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골라야 한다면 입추보다는 말복 이후가 가을의 기운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 하겠다.
2020년은 복날을 챙길 여유마저도 코로나 팬데믹에 뺏겨버렸다. 1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는 벌써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는 말들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몇 개월만 참으면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고, 미국은 잘 피해갈 줄 알았지만 1년을 족히 채울 기세다.
게다가 지난 5월에 이어 8월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소식에 의하면 올해 허리케인 시즌은 ‘예년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 아닌 ‘매우 활발한’ 폭풍 시즌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에 지쳐 자칫 허리케인 시즌 대비를 간과하거나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입추와 말복과 관련한 속담 중에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말복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가 있다. 분명 ‘자라고’ ‘크는’ 성장의 밑거름이 소리 없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비록 이 모임 저 식탁에서 삼계탕 그릇은 덜 비웠더라도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뼈아픈 성장을 해나가는 중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우리 앞에 닥친 자연재해, 공중보건 위기는 우연이 아닌 인재(人災)에 의한 것임을 확실히 인정하는 배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