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은실이듯 미세한 분말이듯
흩뿌리는 가랑비가 내린다
어느새 나는 자박자박
젖은 거리를 걷고 있다
그냥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추억과 함께 스며드는
이 촉촉함
얼굴 떨구고
비 맞으며 걷기를 즐기던
그 시절이
눈앞에 삼삼하며
늪으로 가라앉듯 내가 희미해진다
지금 혼자라는 이 풍성함
홀로라는 이 자유
가랑비가 볼을 간지리며 장난을 건다
“아직도 너는 아이냐?”
이젠
흠뻑 취했기에
예쁜 생각 한 바구니 들고
집에 들어서는데
수십 년 함께 한
노을 빛 양반이
“아니 이 비를 맞고”
던지는 한마디에
길들여진
일상의 문고리가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