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산소포화도 측정기 효자 역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직접 코로나에 걸렸던 경험담을 동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저의 경험들이 혹시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듭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단지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였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조차 중범죄자로 취급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병원에서 말하는 메뉴얼이라는 것도 환자 입장에서는 언뜻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평소 심장질환과 혈압 관련 약을 복용하고 있는 기저질환자로 지난 2월 4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증상이 없다가 열을 동반한 몸살이 왔고,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은 이 때 완치되는 것 같습니다. 100℉ 이상의 열을 동반한 몸살통이 있다면 일단 지체 말고 병원을 가셔야 합니다. 저도 빨리 간다고 했지만 X-ray 결과 결국 폐렴으로 진행됐습니다.
무증상이 계속되다가 2월 8일 체온이 102℉가 넘어 오후 8시 911 도움으로 응급실로 이송돼 폐렴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혈중 산소포화도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입원은 불필요했고, 다음 날 새벽 4시에 퇴원했습니다. 이후 4일 동안 오직 타이레놀만을 복용하며 열과의 싸움을 했지만, 결국 13일 새벽 1시 혈중 산소포화도가 86까지 떨어져 응급실로 이동,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입원했습니다.
혈중 산소포화도 검사는 손가락 산소포화도 측정기로 간단히 모니터링 했습니다. 이 측정기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양성이거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 자신의 산소포화도를 모니터할 수 있는 빠르고 간단한 방법입니다. 저는 밤중에 산소포화도 수치가 90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해 곧바로 응급실로 가니 바로 입원시켜 주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때가 ‘골든 타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거의 이틀 가량 병원 신세를 지다가 14일 오후 10시나 되서야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퇴원은 했지만 폐렴 및 산소 포화도 불안정으로 산소 호흡기를 달고 1주일 치 약만 받은 채 병원을 나와야 했습니다. 주변에 코로나19로 고생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가까운 약국에서 손가락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구입하셔서 수시로 체크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2차례나 진료 헛걸음
평소 다니던 병원에 사전 예약 일정이 있어 다음날인 2월 15일에 병원을 방문해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렸는데, 병원 측에서는 2번의 음성 테스트 결과 확인서를 갖고 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2번씩이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위급한 상황을 겪었던 환자 입장에서 막 퇴원을 하고난 후의 중요한 팔로우업이었는데 거절당하자 야속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후 병원 메뉴얼에 따라 2번의 코로나19 테스트를 거쳤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텍사스 겨울한파로 정전과 인터넷 사용이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 CVS로부터 두 번째 판정 결과는 전화로 통보 받아야만 했고, 비상 상황이 복구되면 나중에 사이트에 업데이트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결국 해당 사이트에 기록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약 날짜에 다시 병원에 갔습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아무리 상황 설명을 해도 진료 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오히려 2번의 텍스트 결과를 갖고 왔어도 원칙적으로 하면 15일이 지나야 진료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어가 부족해 어려운 상황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해를 구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코로나 환자가 중범죄도 아닌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너무 화가나서 따지자 그제서야 병원측은 전화나 온라인 진료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오 마이 갓…진작 그런 방법을 안내해 주었다면 이런 상황까지 갈 필요가 없지 않았나…’ 화가 더 치밀어 올라 결국 그 자리에서 병원 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물론 나중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전화 진료 예약은 했습니다. 감정만 갖고 병원 진료를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환자 존중이 메뉴얼보다 우선
그러나 진료 중 또 한 번 실망했습니다. 주치의에게 폐렴 치료에 대해 묻자 보통 말라리아 치료제로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이미 퇴원한지 10일이 지났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지금 폐 상태가 100% 정상이 아니어서 폐 강화운동과 식이요법도 병행하고 있지만, 얼마나 회복될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능한 옵션이었던 말라리아 약 처방을 병원의 안일한 메뉴얼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닌지 화가 났습니다. 후유증이 제대로 치료가 안 되면 어쩌나 걱정도 앞섭니다.
비록 저의 개인적 경험에 불과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 환자에 대한 위기관리 메뉴얼에 보다 융통성 있는 수정과 대처 방법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보면 제7항에 “나는 위협을 받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그 시작에서부터 최대한 존중하며, 인류를 위한 범칙에 반하여 나의 의학지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나와있습니다. 물론 병원들도 코로나19 시기에 긴장하며 환자들 치료와 진료를 하고 있겠지만 코로나19 확진자나 죽음 직전까지 갈 만큼 힘겨운 경험을 했던 환자들을 대할 때 보다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휴스턴 한인동포분들도 부디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시고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파이팅 하시기를 외칩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