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컬럼 (이윤성 수의사) – 버디의 혹
“버디(Buddy)의 피부에 혹이 생겼는데 지난 2 개월만에 아주 많이 자랐어요… 처음엔 조그마한 혹이었는데 지금은 보시는 것 처럼 저렇게 커졌어요…” Ms. A는 매우 걱정스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이 불편한가 봐요… 버디가 자꾸만 혹을 긁고 물어뜯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피가 나서 집 안의 마루와 벽 여기저기가 피범벅이 되곤 해요…”
버디는 체중이 60 파운드 정도 되는 14살된 나이든 개였는데 오른쪽 옆구리에 심하게 망가진 큰 혹이 하나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버디가 기침을 많이 하냐구요? 예, 그러고 보니 최근에 들어 예전보다 기침을 많이하긴 해요…. 버디가 기침을 많이 하는게 계절성 알러지가 생겨서 그런 게 아닌가요?” Ms. A는 버디의 몸에 생긴 혹과 기침이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지 의아해 했습니다.
버디는 4 개월 전에도 저희 병원에 왔었습니다. 그 때는 다른 문제 때문에 온 것이었는데 병원에 오기 그 한참 전 부터 버디가 오른쪽 뒷다리를 절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Ms. A의 남편인 Mr. A가 버디를 병원에 데려왔었는데 나이가 많은 버디에게 관절염이 생겨 다리를 불편해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병원에 데려오지 않고 있다가 병원에 오기 며칠 전 부터 버디가 다리를 심하게 절기 시작하자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신체검사를 해보니 버디의 오른쪽 뒷 다리에 있는 문제는 단순한 관절염이 아니었습니다. 뼈에 심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사선 검사를 했는데 그 방사선 검사에 버디의 오른쪽 뒷 다리의 하단부에 있는 경골(Tibia)의 상단부 즉 무릎관절과 맞닿아있는 부위에 관절염과는 전혀 다른 골 용해(Bone Lysis) 와 골막 융기(Periosteal Elevation)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좋지않은 소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뼈의 이런 변화들은 대개 뼈에 골암(Bone Cancer)이 생겼을 때 많이 생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부위에도 같은 병변이 있는 가를 알아보기 위해 전신 방사선 검사를 했는데 우려했던 대로 버디의 왼쪽 폐에 두 개의 큰 혹 같은 것이 생겨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버디에게 골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그로인한 이차성 폐 종양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을 알게된 Mr. A는 많이 낙심해 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한 후 Mr. A는 버디가 나이가 많이 든 노인 개인 이유 때문에 더 이상의 검사나 치료를 해 주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일단 염증과 통증을 조절해줘서 버디가 좀 더 편안해질 수 있게 해주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날은 그에 필요한 약들을 받아 갔습니다.
버디가 기침을 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Ms. A는 버디의 폐에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Mr. A로 부터 전혀 전해듣지 못 했었기 때문에 기침과 피부에 생긴 혹이 무슨 관계가 있는 지를 궁금해 했던 것이었습니다.
버디가 기침을 시작한 것은 좋은 징후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Ms. A와 상의를 한 후 방사선 검사를 다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좋지 않았습니다. 4 개월 전엔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로 작고 미미했던 뼈의 병변들이 이제는 누가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진행되어 있었고 4 개월 전엔 매우 희미하게 어렴풋이 보였던 왼쪽 폐엽의 두 개의 혹들이 더 커져있었고 훨씬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Ms. A는 매우 슬퍼 했습니다. “진통제와 소염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버디의 다리 상태가 더이상 나빠지지 는 않았기 때문에… 버디에게 이런 몹쓸 병들이 있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Ms. A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나이도 많고… 암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도 보시다시피 버디는 자기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모른채 저렇듯 행복해 보이니…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버디는 사람 나이로 치면 거의 90 세가 된 나이 많은 개였지만 다리를 불편해 하고 기침을 하는 것 외에는 건강한 중년 나이 개들과 다를 바가 없이 매우 활발했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Ms. A는 한참을 생각 했습니다. 그리곤 마침내 버디의 왼쪽 옆구리에 생긴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버디의 나이가 매우 많고 뼈와 폐에 암이 자라고 있긴 했지만 그 외엔 매우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버디에게 최근 들어 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옆구리에 생긴 혹을 제거해 줌으로서 버디가 살아있는 동안 만이라도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버디는 병원에 왔고 왼쪽 옆구리 피부에 나 있는 혹을 제거해 주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이 잘 끝난 후 버디가 마취에서 깨어나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버디의 흡입마취를 위해 기도에 꽂아 놓았던 기도관(Tracheal Tube)을 제거했는데 그 기도관의 끝 부위에 상당한 양의 피와 점액질이 섞인 분비물이 매우 많이 묻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분비물을 현미경으로 검사해 보니 그 속에 매우 많은 양의 세균들과 염증성 세포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폐에 있는 종양으로 인해 생긴 폐렴(Pneumonia) 같았습니다.
Ms. A에게 그 사실을 알린 후 그 분비물의 세균 동정(Bacterial Culture)을 외부 기관에 내 보냈습니다. 제거해 낸 옆구리의 혹은 Ms. A가 조직검사를 원하지 않아 외부기관에 내 보내지 않았지만 현미경으로 검사해 보니 암일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변화들이 매우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5일이 지났습니다. 세균 동정 결과가 왔는데 버디의 폐에서 나온 분비물엔 대장균 (Escherichia Coli), 포도구균 (Staphylococcus Pseudintermedius), 그리고 수도모나스(Pseudomonas Aeruginosa)라는 3 가지 세균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수술 후에 항생제를 처방해 주긴 했지만 그 항생제는 그 세가지 중 한 가지 세균에만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그 세균 동정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두 가지 세균들에 효과가 좋은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추가로 처방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9일이 지났습니다. 수술 후 재검을 위해 Mr. A가 버디를 데리고 병원에 왔는데 버디는 수술 부위가 깨끗하게 다 나아있었고 매우 편안해 보였습니다.
“두 번째 항생제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버디의 기침이 거의 사라졌어요…” Mr. A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피부종양이 사라진 이후론 아주 많이 편안해졌고 훨씬 더 행복해졌어요… 비록 아직도 오른쪽 뒷 다리를 많이 불편해하고 있긴 하지만 소염제와 진통제가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물론 조만간에 골암이 여러 다른 부위로 번지게 되면 어려운 결정을 해야할 때가 오게 되겠지만 그 때 까진 버디가 행복해 하는 한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버디가 행복한 이유는 버디 스스로 자신의 몸 속에 얼마나 심각한 질병이 있는가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살고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암에다 폐암과 피부암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그 것들에 대한 근심으로 매일의 삶을 소비하며 살아 간다면 신체적인 질병 보다도 훨신 더 심각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음의 병을 갖게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윤성 수의사
싱코동물병원 원장
281-395-4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