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근교에 한인이 운영하는 기도원에서 금식기도하고 있을 때 기도원 인근에 살고 있는 어느 집사님 내외분이 주말이 되면 이 기도원에서 갖는 예배에 참석하는 그런 교인이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부흥회가 있었는데 강사는 한국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잘 아는 유명한 목사였습니다. 사흘 간 집회를 하는데 집회 첫날의 풍경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광고시간에 재정을 담당한 장로가 흰봉투를 들고 나오셔서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아, 이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강사목사님에게 사례비 5,000불을 드렸는데 이 사례비를 사양하시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 순간 집회에 참석한 교인들은 감동을 받았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재정장로는 “그럼, 이 사례비는 다시 교회재정에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감동받은 교인들은 박수를 쳤고 그 집회는 은혜가 넘치는 집회로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교인들 간에 그 일은 화제거리가 되었고 모두들 훌륭한 목사님이라 칭찬이 자자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 목사님이 LA에 ‘개척교회 깃발’을 꽂으면 2~3천 명은 금방 모일 것이라며 꿈속을 헤메고 있었습니다. 그 감정과 감동을 깨트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으나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가지 물어보았습니다.
첫째, 사례비는 보통 집회가 끝나면 드리는데 왜 집회를 시작한 날 저녁에 사례비를 드렸는지, 그리고 그런 경우라면 은밀히 사례비를 사양하는게 옳을 텐데 왜 그것을 공개적으로 알렸는지, 그리고 두 번 째는, 그럼 그 강사목사는 사례비를 받지 않고 집회를 인도했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듣기로는 선교비로 5만불 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집사님에게 “집사님은 그 강사목사의 이런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목사가 존경스럽고 사례비를 내어 놓는 그 모습에 감격했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괜한 말로 그 마음에 재를 뿌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게 바로 ‘눈감고 아옹’하는 게 아닌지…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처음만난 교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지만 이번엔 내가 직접 경험한 목사님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3명의 목사님들인데 누구라고 하면 앞서 말한 목사처럼 아마 모르는 한국교회 교인들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분들이십니다. 각자 그들이 인도하는 집회에 참석해 보았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내용의 설교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통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 중의 한분은 어느 교회에 부흥강사로 초빙되었는데 그는 설교시간에 “나는 지금까지 통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교회가 건축할 때 사례비도 받지 않았습니다..”
마침 그 목사가 집회를 인도하는 그 교회 역시 교회건축 중에 있었습니다. 집회를 마친 후 그 교회 담임목사는 더 이상 목회를 하지 못하고 그 교회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저런 훌륭한 목사님도 사례비를 받지 않고 목회를 하시는데 우리교회도 건축 중인데 사례비를 꼬박 챙기는 우리목사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목사인가?” 이것이 그 교회 교인들이 부흥강사의 설교를 듣고 보인 반응이었습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이분들, 즉 통장이 없는, 그리고 사례비를 받지 않는 이분들은 교인들이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이 출석하는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들입니다. 이런 교회에서 목회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들에게 무슨 통장이 필요하고 무슨 사례비가 필요합니까? 그리고 굳이 설교시간에 ‘나는 통장이 없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닙니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들에게 통장이 없고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끼니를 걱정하고 자녀들 학비를 걱정하고 병원비를 걱정하겠습니까?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후 거의 재벌수준에 있는 그들이 금전적인 문제로 일반법정에 서고 공금횡령으로 법정 판결을 받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은 올해로 3년째 무보수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이재용부회장이 월급을 받지 않고 무보수로 일한다고 해서 자녀들의 학비와 병원비를 걱정한다든가 혹은 의식주문제로 고민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루는 예수님께서 성전에 앉아 계셨는데 그 앉으신 자리는 헌금함 맞은편이었습니다. 성전에 들어오는 자들이 헌금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특히 부자들이 헌금하는 것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예수님이 보시기에 헌금액수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난한 과부가 성전에 들어서면서 ‘렙돈 두 푼’(렙돈은 가치가 제일 낮은 화폐의 단위)을 헌금함에 넣었는데 예수님이 그 광경을 지켜보신 후 제자들을 가까이 하게 하시고 “내가 볼 때 오늘 헌금한 사람들 가운데 이 가난한 과부가 헌금을 제일 많이 한 사람입니다. 부자들은 모두 넉넉한 가운데서 헌금했지만 이 과부는 자기의 생활비 전부를 바쳤기 때문입니다”라고 그날의 헌금을 평가하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막12:41-44)
이날 헌금한 사람들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넉넉한 가운데서 얼마를 헌금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부동산을 비롯해서 자산을 많이 보유한 부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한달치 월급 전부를 헌금한다 해도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음 달에도 월급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Social Security와 Retirement가 있습니다. 매월 어김 없이 통장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이 가난한 과부가 헌금한 이 동전 ‘두 렙돈’은 그가 가진 전부였고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이 과부에겐 더 이상 돈이 나올 데가 없는 그런 형편이었기에 예수님께서 이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셨던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한국정부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앞으로 4개월 간 자신의 급여 중 30%를 반납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사항 신고내역’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한 사람의 재산총액이 179억 원이었고 장관 중에 최고 신고액은 107억 원이었습니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보유액을 이 지면에 쓸 이유도 필요도 없지만 그들이 받는 한달 급여의 30%를 자진반납하면서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의 행위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적으로 참담한 현실을 겪고 있는 서민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게 궁금합니다. 모두들 주안에서 건강하시고 철저한 예방을 통해 이 상황을 넉넉히 극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양진목사
버몬트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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