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누구보다 잘 하는 집사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습니다.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주일 날 직장동료들과 등산을 갔다가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절벽아래로 굴러 떨어져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왔던 것입니다. “목사님, 주일을 지키지 않고 등산갔기 때문에 하나님이 치신 것 같다”면서 심한 죄책감에 빠져 있을 때 “집사님,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주일을 지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동안 집사님은 직장생활을 통해 너무 바빴고 피곤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번아웃 될 것 같아 하나님께서 잠시 쉬도록 하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쉴 수가 없으니까요. 집사님의 낙상은 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랬더니 “아, 목사님! 정말 그렇게 생각해도 됩니까?”
‘신앙은 해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나에게 일어난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하나님을 지독하게 원망하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분노합니다. ‘하나님이 어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면서 분을 삭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을 상관하지 않고 하나님을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하나님을 정당화(이렇게 하시는 것이 옳습니다)시키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욥1:20-22, 시116편)
우리가 사는 동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지금 온 세상에 창궐하고 있는 COVID-19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든 삶을 중단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던 모든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우리의 필요를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 이상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뉴스를 보면 ‘코로나 쓰나미 경고’, ‘지옥 문이 열렸다’, ‘이 상황이 끝나면 원시시대로 돌아갈 것’이란 별로 달갑지 않는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린 이제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 우리 앞에 펼쳐졌습니다. 현재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설명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이것은 어느 한 가정, 어느 한 기관, 어느 한 기업, 어느 한 국가가 아닌 온 세상이 거의 마비되다 시피 했습니다. 지구촌이 이렇게 좁은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더욱 놀랍고 믿기지 않는 것은 교회가 처한 모습입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이 때 그리고 부활주일을 앞둔 교회가 그것도 어느 한 지역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이 땅 위에 있는 모든 교회가 문을 닫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니 이게 현실인지 아니면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하나님이 허락지 않으시면 참새 한 마리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마10:29) 그렇다면 지금의 이 상황은 무엇이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하고 설명을 해야 할지, 신앙은 해석이라 했는데…
나는 지금의 이 상황을 이 땅에 세워진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계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능력으로서는 세부적으로 말하기가 부족하지만 나에게 느껴지는 이 상황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마치 소돔고모라 성을 심판하시듯 이 땅에 죄악이 관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본주의가 극에 달했을 때 세계 제 1,2차 대전이 일어났습니다. 인류가 잿더미 위에 앉아서 ‘인본주의(人本主義)’에 의해 하나님을 떠난 것에 대해 회개하고 ‘신본주의(神本主義)’로 돌아섰을 때 이 땅이 급속도로 회복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대는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타락한 세대라는데 대해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예배’입니다. 그렇다고 예배하나 때문에 이런 재앙이 임했다고 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예배에 대한 지극히 작은 한 부분을 말하려고 합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열린예배’가 성행(盛行)하기도 했는데 마치 열린예배가 이 시대의 선구자인 것처럼 급속도로 번져나갔습니다. 이로 인해 강단구조도 달라졌고 소위 전통적인 예배순서는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면서 모든 순서를 생략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드려지는 예배가 ‘예배인지 쑈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목사가 서 있는 곳은 ‘강단인지 무대인지’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열린예배’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열린예배를 주창한 목사의 세미나에 참석해 보았습니다. 그때 얻은 결론은, 사람들 앞에서는 열린예배가 될는지 모르지만 하나님 앞에선 오히려 ‘닫힌예배’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날 이뤄지고 있는 예배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성경엔 그 시대마다 선지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전하신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몇 가지 예를 들면 이사야 선지자에게 나타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 3년 동안 옷과 신발을 벗고 벗은 몸으로 도시를 활보 하도록’ 명하셨고(사20:2-3) 에스겔 선지자에겐 ‘보리 떡을 해 먹을 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람의 똥(人糞)으로 구워먹도록’하셨고(겔4:12) 말라기 선지자에겐 “내가 너희의 자녀를 벌할 것이며 너희가 바친 희생제물의 똥을 너희 얼굴에 발라 너희가 똥무더기 위에 버려지게 될 것”이라면서(말2:3) 이스라엘백성들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이렇게 표현하셨던 것입니다.
구약시대는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가 구별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은 성전이었습니다. 성전은 세상 어느 곳보다 거룩한 곳이고 성결된 곳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제사를 통해서만 하나님께 나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출입하는 성전문을 닫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멸시했고 하나님을 두려워 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나님 앞에 드리는 떡은 더럽기 이를 데 없었고 그들이 하나님 앞에 제물(동물)을 가지고 나올 때 정상적인 것은 제외하고 다리를 저는 것, 병든 것을 드리며 하나님의 이름을 더렵혔습니다. “지금 나에게 가지고 나온 그것들을 너희 총독에게 드려보라. 그가 너희를 반가워하겠느냐? 너희를 좋게 보겠느냐?”면서 그들의 제물을 물리치기도 했습니다.(말1:8)
하나님은 그들이 드리는 제물(예배)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너희가 내 단에 쓸데없이 불을 놓지 않도록 너희 중 하나가 성전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나는 너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희가 드리는 것을 받지도 않을 것이다. 너희가 훔친 것과 저는 것과 병든 것을 가져왔으니 내가 그것을 받겠느냐?”며 하나님의 본심을 드러내시는 장면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말1:10-14)
오늘 우리가 하나님 앞에 드려지는 예배는 어떠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예배의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형식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는 일단 차치하고 주일이 되면 복장부터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교인이 교회올 때 슬러퍼를 끌고 온다든지 츄리닝 차림으로 혹은 민망한 옷차림으로 오는 것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목사가 강단에 설 때 청바지에 T-셔츠를 입고 눈이 머리 위에 붙었는지 안경을 머리 위로 쓰고 넥타이도 메지 않은 채 교인들을 향해 다리를 꼬고 앉아 설교를 한다면 그 모습은 분명히 옳지 않을 것입니다.
COVID-19가 진정이 되면 세계질서는 재편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바뀌어져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회의 변화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이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인본주의를 타파하고 신본주의로 돌아가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이 땅을 치유해 주실 것입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뜻을 져버리고 인구조사를 감행했을 때 전염병으로 사흘만에 죽은 자가 무려 7만 명이라 했습니다. 이때 다윗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 회개의 제단을 쌓을 때 하나님은 죽음의 천사를 명하여 칼을 거두게 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이 상황이 끝나게 될 것입니다.(대상21:26-27)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필요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때 예방에 철저를 기하시고 이런 재난 가운데서도 ‘부활의 아침’을 기쁨으로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유양진목사
버몬트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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