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지역 어느 교회 장로님의 장례식이 있었는데 조사(弔辭)하러 나오신 분이 “장로님, 이제야말로 108 번뇌가 끝나셨군요.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돌아가신 장로님이 108번 째 교회를 옮겼는데 그 교회에서 세상 떠난 것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기네스북에 오를 기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교인들의 수평이동은 이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뿐더러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습니다. 언젠가 어느 장소에서 여자분들끼리 오랜 만에 만난 그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어머, 아직도 그 교회 나가세요?’
어느 교회에서 목회할 때인데 우리교회가 13번째인 집사님 가정이 있었습니다. 그가 우리교회 나와서 1년 정도 출석하다가 또 다른 교회로 옮겼는데 그 교회에서 1년 여 지내다가 타주로 이사를 갔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108번, 혹은 14번 씩이나 교회를 옮긴 그들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또 교회를 옮긴 그 이유를 들어보면 그 역시 타당(妥當)했습니다. 휴스턴에 와서 몇몇 교회에 목회자가 아닌 교인의 신분으로 출석했는데 목회자가 아닌 교인의 입장에서 출석하다 보니 그동안 목회하면서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옮기는 것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랫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교회를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교회를 옮기는 이유를 전문가 입장에서가 아니라 평범한 목회자에게 경험되어진 것으로 생각해 본다면, 지금 출석하고 있는 교회가 지겨워졌다든가, 아니면 교회가 복음주의적이지 못할 때, 또는 교회 운영에 대한 불만에 의해, 교회안에 위선자들이 있을 때, 교인들 간 갈등과 분쟁 때문에, 혹은 교회가 나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할 때, 그리고 교육시스템이 부실하다든가 다른 교회에 비해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 심지어 교인들의 평균 교육 수준이 낮아서(?)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누구나가 마찬가지이겠지만 이왕 신앙 생활할 바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신앙생활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입니다. 그래서 큰 교회는 자꾸 커지고 작은 교회는 자꾸 작아지는, 이른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이 교회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의 통계이긴 하지만 LA지역의 교인들 중 10만 명 이상이 유동인원이라는 통계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한 교회의 교인 중 3,40%정도가 그 교회 정착된 교인이고, 나머지 6,70%는 언제든지 교회를 떠날 수 있는 교인들이라는 통계였습니다. 그러니가 3,40% 교인들이 6,70% 교인들을 감당해야 하니 이런 교회를 두고 ‘빛좋은 개살구’라며 한숨을 짓는 목사님의 고충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어느 선배목사님을 강사로 모신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우리들에게 “교인들을 기분나쁘게 해선 안 됩니다. 그들은 기분 나쁘면 천국도 가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크게 웃긴 했지만 목회하는 동안 정말 그런 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가 있었습니다.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과 같이 별의별 희한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교회를 떠난 그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를 합리화 시키기 위해 자신을 변명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그 교회와 담임목사는 죽어나게 됩니다. 교인들이 교회를 떠날 때 신의도 의리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교파의식도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다만 자기 취향에 맞는 교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교회를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게에 들렀는데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이 없자 다른 가게로 갔습니다. 거기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또 다른 가게로 가는 것과 같이 이 시대의 교인들은 마치 교회를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곳으로 여기기 때문에 교회를 쇼핑하듯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구속함 받은 자들이 모이는 신앙의 공동체로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할 텐데 교회를 사회성을 지닌 단체로 보고 있는 교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을 이익의 재료로 삼는 것을 말합니다.
사회성을 지녔다는 것은 교회를 사교(社交)와 친목단체 쯤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이 교회를 통해 자신의 필요를 채운다든가 혹은 이 교회를 통해 문화적인 생활을 기대한다거나 아니면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 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출석하는 교회에서 더 이상 자신의 필요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여겨질 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정해도 너무나도 냉정한 상태에서 교회를 떠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와이에서 목회할 때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칼럼을 쓴적이 있었는데 그 칼럼을 보신 어떤 교인이 e-mail을 보내와서 두 차례 정도 서로의 입장을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보낸 메일 가운데 ‘목사님들이 다른 것은 다 아셔도 교인들이 교회 떠나는 아픔은 모를 것’이라기에 그럼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냉정하게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을 바라보는 목사의 아픈 마음은 아시느냐?’고 되물어 보았습니다.
서너 명이 남은 교회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를 ‘끝까지’ 지키려는 교인들의 마음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지키려는 그들의 마음을 하나님께서는 외면치 않으실 것입니다. 그들은 마치 ‘물가에 심기운 나무가 그 뿌리를 강변에 뻗치고 더위가 올지라도 두려워 아니하며 그 잎이 청청하여 가무는 해에도 걱정이 없고 결실이 그치지 아니함 같게 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든든히 뿌리 내리게 될 것입니다.(렘17:8)
유양진목사
버몬트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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