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민이 우중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선거였다. 4년전 선거에서는 엉겹결에 휘말렸지만 대중이 오랫동안 겪은 기억은 지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지도자들은 흔히 이를 오해하고 상황을 그르친다. 이번 미국 대선이 그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현직대통령으로 그 모든 수단을 동원, 전력을 다했지만 국민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우리 역사도 이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8.15 건국초기 출발이 좋았던 이승만정권이 말년에 이르러 국민을 얕잡아 봤기에 비극을 맞았고, 5.16격변 후 새로운 건국이념으로 10년간 국가 기틀을 잡은 훌륭한 통치를 했으나 70년대 장기집권욕에 지역 차별, 인권 탄압, 사법 살인 등 절대독재체제때문에 비극을 맞았다.
한 사람의 결심으로 맞은 비극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국민의 뜻이 맺은 귀결이라고 생각된다. 트럼프정권의 생명경시는 미국인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젊은 흑인 청년이 경찰 무릎에 깔려 숨졌으면 국가 최고책임자로서 한마디 사과는 있어야했다. 또한 코로나가 다른 나라에 만연하고 있을때 의료진의 철저한 대비 진언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죽이면 재선이 어렵다는 자기 욕심때문에 끝내 수십만명의 생명을 희생시킨 지도자를 어떻게 또 한번 선출할 수 있겠는가. 그 많은 생명이 내 가족, 내 이웃이 아니라고 지도자의 국민생명경시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세계경영을 위해 중국을 경계하는 요새이기에 한국에 미군이 주둔해야한다면 당연히 미군주둔지 임대료를 내야 하는게 정도일텐데 중국견제는 뒤로 감추고 너희 나라를 지켜주니 주둔비를 내라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더우기 너희가 이제 잘 살게 됐으니 일년만에 몇 배를 내라니 밤중에 홍두깨도 이럴 수는 없다. 안내면 철수하겠다, 이러고도 세계지도자고 미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결과를 예측하고 있던 관전자로서도 미국국민이 정말로 우중인가 의심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박빙을 보여줘 관전자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우편투표가 개표되기전까지 업치락 뒤치락하던 때에는 정말로 꿈속을 이 헤매는 것 같은 스릴이 있었다.
열렬히 지원하는 백인 중산층을 품고 일방적인 미국국익우선주의를 폈기에 기업인들조차 백신발표도 그의 공적으로 떠들까봐 숨기고 있다 선거 후에 발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을 떠난 현직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었으며, 사익을 앞세워 국정을 이끌어간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선거, 정도를 벗어난 지도자에 대한 질책이었다. 이번 선거가 트럼프 개인의 승리로 끝난다면 이곳을 떠나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미국의 오만에 대해 깊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지도자가 자국국익만 앞세워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큰 역할을 포기하고 약소국가를 압박하는 나라라면 이제 초강대국 세계지도자가 아니다. 로마, 스페인, 영국, 러시아 등 한때 초강국이었던 나라들이 오만으로 군임했기에 중소국으로 전락해버린 역사가 있다. 미국이 오만을 버리고 겸손하게 세계와 함께 번영의 길을 가야만 초강대국으로 계속 갈 수 있다. 트럼프정권의 실패가 미래의 미국 번영에 커다란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미래 학자들의 견해다.
중국은 세계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화사상을 탈피 못한 채 인접국과 늘 분쟁을 일삼으면서 어떻게 세계를 이끌 수 있겠는가. 이런면에서 트럼프처럼 국경벽에 집착하지말고, 다음 지도자는 멕시코를 일으켜 세워 같이 뛰어야 한다. 미국이기에 할 수 있고 이것이 우리 미국을 위해 당연히 가야할 길이다.
심 송무 시인, (전 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