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싱가포르. 텍사스 출신으로 LA와 보스턴에서 대학 및 전문교육을 마치고 LA 북경을 거쳐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기업 간부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텍사스에 컴백할 의사가 없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곳에 가면 안정된 고수입을 올릴 수는 있겠으나, 이제 세계를 버리고 텍사스에 갇혀 살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튕겨 나왔다.
그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담당하는 세계적인 회사의 매니저. 전 세계 인구 35%가 되는 이들 3개 대국과 상대하기에, 보수적인 좁은 안목의 사람들을 상대로 여생을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직설적인 표현은 안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후로 몇 년간 그의 말이 계속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미국 여러곳에서 생활해 본 사람의 신념에 가까운 표현. 텍사스는 과연 우물 안일까?
그는 그 좁은 공간에 살면서 싱가포르는 제주도의 반쪽 정도. 샌안토니오보다 약간 크다. 이 좁은 곳에 500만이 북적거린다. 콧구멍만해 숨이 막힌다. 좁은 길을 몇분 달리면 곧 끝이고 바다다.
그는 방 5개에 세 자녀, 다섯 식구와 두 가정부 총 7명이 북적거리며 살고 있다. 넓게 살고 있단다. 정말로 믿기지 않는다. 텍사스에서 넓게 산 적도 있으면서.
싱가포르는 미국과 국가경쟁력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동안 1위였다가 2위로 쳐지더니 작년부터 다시 1위다. 무엇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지는 앞으로 알아보려 하지만 한국은 요즘에 와서야 10위권이다.
이 나라는 인구 5백만이지만, 국방력이 막강해 이웃 3억이 넘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말레이지아 등과 전쟁해도 단기간에 승리할 수 있는 국방력을 갖추고 있다. 해군은 바다 면적이 넓어 문제가 없지만 육군, 공군은 모두 영토를 빌려 주둔시키고 있다. 유사시 모두 동원되면 단기간에 박살낼 국방력이라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가 훌륭했고, 국민들이 자각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간 과거 중동전쟁과도 비교된다.
힘쓰는 일은 인근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들어와 도맡는다. 이들이 집단시설에 동거하기에 코로나 확진자가 5만명 이상인데도 사망자는 30명 정도. 이 나라는 의술도 선진국 수준이다.
싱가포르에 가보면 한국이 대국이고 곧바로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70년 전 그 빈약했던 영국 지배하의 소국이 세계적인 선진국이 되어 가는 것을 목격했기에 모든 면에서 그들보다 좋은 여건을 갖춘 우리는 바로 대국이 될 수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바로 중국과 견줄 국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어진다. 텍사스 왔을 때 이 큰 땅덩이를 본 후 한반도의 면적과 비교한 뒤 크게 실망했었던 것이 후회막급이다.
한국도 많이 발전했다. 코로나 모범국으로 세계적으로 비교 및 칭찬되면서 G7국으로 추천되기도 했고, 이제는 국민들도 신념에 차있다. 지난 총선이 웅변으로 말해줬다. 고국에서도 우물 안 개구리들이나 빨갱이 편가르기 부대를 통해 아직도 ‘부정선거’ 운운하다가 같은 보수정객한테까지 혼쭐나기도 했다.
소국 대만도 중국 틈에 숨죽이고 있으나 여러 분야에서 세계 정상국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또 인구 천만도 안되는 산유국 아랍에미리트가 미국과 한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화성 탐사선을 일본에서 쏘아올리는 뉴스를 접하고서는 이제 소국들이 벌떡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늦고 보수적인 이 텍사스를 좁은 우물로 비유하지 않았을까? 땅덩이와 인구는 필요하지만 이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지금은 머리다. 손과 함께 우물 안 개구리 탈출 작전. 이제 머리는 키우고, 운동은 빡세게, 유튜브는 꼭 필요한 것만. 하나님도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다.
심송무 시인 (전 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