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산물인 ‘거리 두기’의 교훈

상형문자인 사람 ‘인’ 자에 관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이 시대의 흐름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 뜬 글자가 바로 사람 ‘인’ 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사람 ‘인’ 자는 서로 기댄 두 획으로 만들어졌다. 서로 기대어 있을 때는 온전한 인간 사회의 한 구성원인 사람의 의미를 나타내는 하나의 글자로 면모를 갖추지만, 이것을 조금만 변형시켜 거리를 멀리 떼어놓고 보면, 여덟 팔 자가 되고, 더 멀리 떼어 놓으면 서로 삐져서 멀리 달아나 아무런 의미도 상관도 없는 별개의 존재가 된다.
인간 사회는 이와 같이 함께 어울려 하나로 뭉쳐 살 때, 제 모습을 갖게 되는 반면에 사이가 조금만 벌어져도 가정이 쪼개지고 사회 집단과 나라가 망가져 제 모습을 갖지 못하고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최근에 중국 우한 시에서 발발하여 전 세계를 휩쓸고 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19 군단의 출현과 함께 나타난 신생어인 ‘거리 두기’라는 말은 사실상,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만들어 놓은 꼴 보기 사나운 이 시대의 특산물이다. 여러 나라들마다 살아남기 위하여 행정 명령을 내리고 비상 계엄령을 선포라면서까지 요란 법석을 떨면서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금하고 열 명 이상이 모이는 모든 학교 학원 회사가 문을 닫고 여행을 규제하는 등 가정이나 사회에서 서로 강제로 격리시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거리 두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 마스크를 끼지 않고 이웃을 방문하거나 법적으로 자가 격리 처분을 받은 자가 법을 어기고 거리에 나타나면 행정 명령 위반 죄로 죗값을 치루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되었다. 이는 지극히 긴급하고도 중대하고 불가피한 대처 방법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미국은 의식 구조가 개인의 자유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괴리가 생겨 사실상 세계 열국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제일 많이 나타난 것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거리 두기 운동은 범죄나 두려움을 경계하고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해 왔지만, 오늘날처럼 노골적으로 뻔뻔스럽게 나타나 보란 듯이 환영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의 기록을 갱신했다. 함께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폐렴 증상을 일으켜 목숨을 앗아가는 악재로 떠오른 까닭에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자리 굳힘을 매김했다.
문제는 단순하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디까지 갈 것이며 장차 인류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것이 우리 앞에 하나의 과제로 남아 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더 일체단결하여 하나로 뭉쳐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둘로 나뉘면 스스로 불행과 멸망을 자초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좌익과 우익, 경상도와 전라도, 가진 자와 안 가진 자 사이의 팽팽한 괴리로 인하여 의식 구조가 인간 사회의 결속을 해치는 악재로 남아 있으므로 우리의 앞을 암담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뭉치면 살고 헤치면 죽는다’는 말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즐겨 사용했던 그 당시의 역사적인 시대상을 잘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대신에 서로 하나로 뭉치는데 인색한 우리 민족은 거리 두기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 때 유교 사상에서 걸러져 나온 말로서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이 함께 걸어갈 때 누가 선생이 되겠느냐’하는 질문 앞에, 그 답은 악한 자를 보면 그의 악행을 통하여 그릇된 것을 바로 잡아 배울 수 있어서 그도 선생이 되고 선한 사람을 보면 그가 행하는 선한 모습을 보면서 배울 수 있으므로 둘 다 선생이 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불교 사상을 보면 ‘미운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고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다’하여 번뇌로부터 해방받는 방법을 제시한다.
한편 기독교 사상은 “원수도 사랑하라”는 사랑 제일 주의를 강도 높게 가르쳐 주고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인간 사회에 요구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때, 서로 어울려 하나가 되는 쪽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 거리 두기에 수동적으로 순수히 따라가는 추종자가 되기 이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사회 거리 두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사회 거리 두기가 더 심화된다면 인간 사회는 점점 더 멀어지고 파괴되어 우리의 앞날은 더욱 암담해질 것이며 너와 나 사이는 동물 사회처럼 냉랭하고 살벌해질 것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반드시 지나간다. 그리고 우리는 공포와 죽음의 자리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방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인 소망만큼은 결코 사라져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회에 우리는 나로부터 시작하여 자랑스런 반 만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주체성을 갖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혀 온 국민이 일치 단결하여 세계 일등 국가로 우뚝 서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재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