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탁구협회-재미대한탁구협회 MOU 전격 체결
휴스턴 한인탁구인들 헌신에 “세계 어디서도 이런 환대 처음”
▲ 대한탁구협회 임용수 부회장이 휴스턴 탁구협회 최종우 회장에게 탁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기념선물로 증정했다.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휴스턴의 탁구를 사랑하는 소위 ‘탁사모’들에게 지난 11월 29일(월) 막을 내린 휴스턴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꿈 같은 기간이었다. 골프나 야구, 축구, 농구 등 대부분 스포츠 종목이 유명 선수들의 게임을 직접 관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과 달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어도 미국에서의 주최는 이번 대회가 최초였다. 그 첫 기회를 휴스턴이 가장 먼저 차지한 것도 행운이었다. 재미대한탁구협회 오세백 회장은 “이렇게 목 터져라 응원할 기회를 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재미대한탁구협회를 비롯해 미주 전역의 협회장과 임원들도 대거 휴스턴에 합류했다.
1, 2차로 부시국제공항에 입국한 한국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및 한국과 미주지역 협회 임원진들은 총 51명이었다. 이들은 공항에 환영 배너와 꽃다발을 들고 나온 한인동포들과 휴스턴 탁구협회의 따뜻한 환대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경기를 치러봤지만 우승컵을 들고 돌아온 귀국선수단도 아닌데 이같이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것을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평일 낮에 공항이 갈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라서 휴스턴 탁구협회 최종우 회장과 회원들, 나이 지긋한 한인동포들 몇몇이 전부였지만, 초라한 환영단 규모를 부끄러워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사실상 휴스턴 탁구협회의 환영 및 응원 준비는 세심하게 진행됐다. 이동 차량에 환영 배너 부착, 포스터 제작, 응원을 위해 선수 11명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간 보드판도 10여장씩 제작했다. 그러나 대회 운영측에서 경기장 내 응원 보드판 반입을 금하는 바람에 아쉽게 사용하지 못했다. 대신 휴스턴 탁구협회 체육관을 멋지게 장식했다.
선수단과 함께 1차로 입국한 유남규 단장은 남녀 복식과 혼합복식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과거 어려운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전력을 언급하며 조심스럽게 금메달 가능성도 점쳤다. 대회 성적은 장우진-임종빈이 남자복식 사상 처음 결승에 올라 최초로 은메달을 수확했다. 스웨덴에 1대3으로 졌지만 남자복식 최고 성적이란 점에 박수를 쳤다. 유남규 감독은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성적이었지만, 과거 번번이 중국에 져서 메달을 따지 못했기 떄문에 중국과 싸우지 않고 결승까지 올라갔던 만큼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유망주 신유빈의 부상으로 여자복식, 혼합복식까지 놓쳤고, 남녀 단식에서 더 나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것도 이번 대회가 남긴 과제다.
2024년 부산대회에서 보답 약속
대회 기간 중 11월 24일(수) 추수감사절에 국제탁구연맹(ITTF) 총회가 열렸다. 이날 2024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부산 개최가 확정됐다. 부산은 2020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유치 도시였지만 코로나19로 2차례나 대회 개최를 연기한끝에 결국 대회를 취소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여 부산 컴백 유치 결정을 얻어냈기에 더욱 큰 축하 박수가 쏟아졌다. IOC 위원을 지낸 유승민 회장(ITTA 이사)은 “2024년은 한국에 탁구가 보급된 지 100년 되는 해”라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최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코리안데이’에 맞춰 라운지에 모여있던 휴스턴 탁구인들과 단체장, 동포들은 총회가 끝나고 기자회견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감격의 기쁨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감동의 끝은 대한탁구협회와 재미대한탁구협회의 전격적인 MOU로 속전속결 이어졌다. 휴스턴 동포들의 너무 많은 관심과 응원, 열정적 지원, 도시락 배달 등에 감동을 받은 유승민 회장은 그 보답의 의미로 두 단체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24일 저녁에는 대한탁구협회 김택수 전무이사, 전용창 사무총장, 주세혁 선수, 서민성 생활체육위원장 등을 휴스턴 탁구협회로 보내 회원 및 동포들과 실제 탁구 경기와 간단한 코치도 해주도록 지시했다. 김택수 전무이사는 “사실 빡빡한 일정이지만, 첫날부터 넘치게 지원해주신 동포사회의 성원에 보답하는 의미로 특별 지시를 받고 왔다”고 밝히면서, 세계 어느 곳을 갔어도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서 한 끼 식사 정도가 고작이고, 교민들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회 임원들은 한국 출국 전날 또 다시 휴스턴 탁구협회를 찾아와 휴스턴 동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는데, 사라예보 주인공 정현숙 사무총장은 “미국에서 살고 계시는 한인동포들의 진한 정을 느끼며 여러분들이 진정 애국자들이다.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과 임원진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이런 대접은 처음 받아보았다고 말했고, 이렇게 많은 동포분들과 가까이 만나는 것 또한 처음”이라며 거듭 감사를 전했다. 오세백 재미대한탁구협회 회장도 “휴스턴 탁구협회와 동포사회의 헌신 덕분에 대회 기간 내내 너무 신나고 즐거웠으며, 대한탁구협회와 업무협약이라는 큰 선물까지 가져가게 되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임용수 부회장은 “전국체전에 휴스턴 팀이 오면 모두 책임지겠다”는 통큰 약속도 즉석에서 했다.

유능한 코치도 지원
대한탁구협회와 재미대한탁구협회가 맺은 MOU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다. 내년 중 양 협회간 공식 채널을 갖추고, 미주지역에서 탁구대회가 열릴 경우 한국의 유명 선수들의 사인회나 유능한 코치의 추천 등이 제공될 것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생활체육대회를 교류하고, 어린 선수들이 한국에서 훈련할 수 있는 캠프 제공도 가능해졌다. 또한 그동안 개별적으로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참가해왔다면 이제는 미주지역에서도 정식으로 대한탁구협회를 통해 등록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특히 대한탁구협회 이름으로 수료증이나 상장 등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서민성 생활체육위원장은 “한국은 지난해부터 1년에 25억을 지원받아 10개월 동안 전국에서 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4년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기간 중에도 2~3천명이 참가하는 생활체육회 대회 개최를 할 예정인데 휴스턴 팀의 참가를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의 대표 종목인 탁구가 미주 한인동포사회에서 제대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그 매개체가 휴스턴 탁구협회와 동포들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은 매우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