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엄중한 마음으로 수락…담대하게 수행할 것”
최광철 미주부의장 직무정지 파문, “예고됐던 문제 터졌다”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대통령 직속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사무처가 지난 5일자로 제20기 최광철 민주평통 미주지역 부의장에게 직무정지를 통보한 것을 두고 신년부터 파문이 일고 있다.
최광철 부의장은 즉각 반발했고 “미주부의장에 대한 인사 조치는 김관용 수석부의장이 하게 돼있는데, 사무처가 석동현 사무처장 명의로 보내온 통보 공문은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반박했다.
최광철 부의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은 지난 해 11월 14일부터 사흘동안 워싱턴 DC에서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KPC)’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한반도 평화법안의 미 의회 통과를 촉구했는데 이 법안에는 한국전 종전선언과 평화조약 촉구, 조속한 협상재개, 북미연락사무소 개설 등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 행사를 두고 워싱턴에 있는 한인 보수단체들은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북한이 요구하는 것으로, 이것이 현실화하면 유엔사와 8군이 해체되고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최광철 부의장의 해촉을 사무처에 요구해 왔다.
이런 가운데 1월 9일 미주지역 협의회장단은 사무처 결정을 지지하는 내용의 장문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회장단은 사무처의 ‘직무정지’ 공문 이후 최광철 미주부의장이 자신의 개인 SNS와 미주지역 운영위원회 단톡방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고, 여러 논쟁이 난무함에 따라 협의회장들의 의견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내용의 주요 골자는 ▷최광철 미주부의장이 사무처와 긴밀한 소통으로 더 이상의 갈등이 커지지 않아야 한다. ▷문제의 근본은 최 미주부의장이 KAPAC 대표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며, 20기 평통 출발 때부터 많은 염려가 있었다. ▷ KPC 행사가 민간단체인 KAPAC 행사로 치루어졌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하고, 자문위원들도 공식적으로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등이다.
이날 발표문은 미주지역 20개 협의회 중 18개 지역 협의회장이 동참했는데, 휴스턴협의회 박요한 회장도 포함돼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민주평통 사무처에서는 10일 다시 ‘민주평통 미주지역 간부위원 직무정지 관련 설명자료’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주지역 부의장 직무정지가 “부의장으로서의 부적절한 직무수행과 이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미주지역 내 분란과 갈등 등을 종합·고려하여 법규에 따라 민주평통(수석부의장)이 내린 결정”이라고 못 박았다. 직무정지 통보가 수석부의장이 아닌 사무처장이 결정한 것이라 월권행위라는 최 부의장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또 일각에서 이번 처리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이나 회유, 겁박 등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수의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업무처리 절차상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사실관계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누가 맡아도 오해받을 자리
한편 1월 12일 민주평통 사무처는 박요한 휴스턴협의회장이 미주지역 부의장 직무대행직을 맡게 되었음을 미주협의회장들에게 공문으로 전달했다. 당연히 최광철 부의장 측에서는 직무대행을 수락한 박요한 협의회장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박요한 회장은 “직무대리는 20기가 종료되는 8월 말까지 한시적이다. 실제로 그 전에 바뀔 수도 있다. 사실 누가 직무대리를 맡아도 오해를 살 일이다. 그러나 미주협의회장 20명 중에서 18명이 문제를 제기했고, 20명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받은 사람들로서 협의회장들 대다수가 입장문을 낼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계속 문제 제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주협의회장 20명이 지난 해 12월 11일 최광철 미주 부의장에게 전달한 문서에는 현재 민주평통의 위상과 미주 부의장과 사무처와의 갈등에 대한 의견을 장장 3시간 동안 나누며 내린 결론들이 적혀있다. 즉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KPC)와 민주평통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향후 KPC 행사나 다른 KAPAC 행사에 민주평통 협회장이나 평통 자문위원들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 그리고 최광철 부의장이 KAPAC 대표와 미주지역 부의장을 겸직함으로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므로 둘 중 하나만 선택해 달라는 요청도 포함돼있다. 또 KPC 행사로 빚어진 사무처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협의회장들이 불편해하고 있으며 “의장과 평통 수석 부의장, 미주지역 부의장과 사무처장과의 소통이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미주협의회장들은 한반도 평화통일은 보수와 진보가 함께 손잡고 이루어가야 할 민족의 사명이자 대업이므로 미주 부의장은 한 개인의 소신과 신념을 넘어 20개 협의회, 1900여명의 자문위원을 대표하는 공직자로서 전체 조직을 생각하여 사무처와 대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입장문은 지난 1월 9일 사무처에 전달한 입장문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미주협의회 내부적으로도 문제를 직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박요한 회장은 “제20기 미주부의장 직무대행직을 무겁고 엄중한 마음으로 수락했고 일각의 비판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하나가 되어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할 수 있는 민주평통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미주지역 1,900여 자문위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