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주유소 현금털이범 김씨 붙잡고도 현행범 아니라 체포 불가
피해 매장에 또 나타나는 범인 “제 정신이야?”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지난 1월 25일 한인타운 H-마트 옆에 한인이 운영하는 코노코 주유소에 현금 도난사고가 발생했다. CCTV에 의하면 범인은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온 40대 한인이었다. 문제는 이 범인은 한인들이 운영하는 주유소들을 돌면서 현금을 훔치고 다녔다. 그의 운전면허증과 CCTV에 찍힌 증거물들은 일치했고, 누가 뭐래도 그는 동일 소행의 범인이 틀림없었다.
피해를 입은 한인 주유소 오너들은 도난 사고 직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의 팔로우업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범인을 잡고도 눈 앞에서 풀어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코노코 주유소의 정 사장은 2월 26일(토) 밤 9시에 한 달전 4천 달러를 훔쳐간 범인이 또다시 주유소를 찾아왔다고 했다. 이미 전날 한차례 전화 통화를 한 상태였고 몇차례 가게 주변을 왔다간 정황도 있었다. 정 사장은 범인 김씨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알람 스위치를 눌러 경찰 출동을 유도했고, 불과 2~3분만에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정 사장은 1월 25일에 있었던 현금 도난 사건 경찰 리포트 등을 제시하면서 범인 김씨의 체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씨를 풀어주었다고 했다.
물론 김씨가 그날 현장에서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이미 현금 절도 행위를 한 사실이 CCTV에 그대로 증거로 남아있고, 경찰에 신고된 상태였으며, 다른 곳에서도 유사 범죄를 저질러 경찰 리포트가 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눈 앞에서 범인을 풀어준 것이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고 당시의 어처구니없던 상황을 전했다.
뷰티서플라이 매장들도 타깃
한편 본지는 한인 주유소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윤건치 한인회장에게 한인주유소들의 연쇄 피해상황을 알리고 한인회 차원에서의 대책 강구를 요청했었다. 이후 2월 3일 한인회관에 경찰관계자들과 시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 회의가 소집됐는데, 당시 참석했던 2명의 피해 주유소 오너들은 경찰 신고 후 사건에 대한 팔로우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10번 이상 비슷한 절도사건이 빈번히 발생했고 그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신고한 것과 안한 것과의 차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경찰들은 한인 주유소들의 피해에 대해 적극 팔로우업을 약속했다.
윤건치 회장은 간담회 이후 계속해서 시의원 사무실을 통해 업데이트를 받고 있다면서, 현금 털이범 김씨에 대한 법원의 영장이 2월 25일경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김씨에 대한 영장이 나왔다면 지난 토요일 현장에서 경찰이 김씨를 체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김씨는 한인뷰티서플라이 매장에도 나타나는 등 범행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월 28일 본사에 사건 제보를 한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 한 한인점주는 “20년 넘게 장사를 해왔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한다”면서, 구인광고를 보고 왔다길래 반갑게 맞았는데, 잠시 직원들이 다른 일을 한 사이 현금과 본인의 신분증 및 소셜카드 사본까지 가져갔다고 어이없어 했다. 다행히 이른 오전 시간이라 피해액수는 많지 않았지만, 또 다른 피해가 없도록 뷰티업계 단톡방에 피해 사실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휴스턴 뷰티서플라이협회(가칭) 이주현 총무는 코리안저널을 통해 보도된 한인주유소 현금털이범 기사 및 범인 운전면허증과 관련 사진들을 이미 회원 단톡방에 올려 공유했고, 달라스 뷰티서플라이 업계에도 주의를 당부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씨의 경우 범행 이후에도 H-마트 옆 코노코 주유소에 몇차례 나타났던 것이 확인되었고, 나중에는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찾아와서 또 다시 범행의 기회를 노렸다는 점, 또 계속해서 한인들이 운영하는 매장들을 기웃거리며 현금털이 기회를 노리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대담한 것인지 아니면 무모한 것인지 모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번에 경찰은 그가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풀어주었지만 이후로 김씨의 범죄 행각이 중단될지 혹은 영장을 통해 김씨 체포가 속히 이루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법의 시스템 속에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입는 좀도둑 같은 피해는 시스템으로 걸러지지 않는다. 법집행기관 입장에서는 좀도둑에 불과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정말 장사하기 힘든 환경이 만연되고 있다. 특히 사회가 불안정하고 재난이나 인플레이션 등으로 살기 어려워질 때 가장 최전방에 있는 소규모 자영업체들은 가장 쉬운 범죄 대상에 노출되고 이들의 피해는 계속 반복되지만, 안전 시스템은 아직 소상인들 편은 아니었다.
경찰간담회마다 나오는 결론은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크 강화, 피드백 강화, 사건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무조건 신고하는 것이 커뮤니티를 지키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련의 주유소 현금도난 사건들을 보면, 한인 오너들은 모두 피해 발생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이번에 제 발로 찾아온 범인까지 잡아서 경찰에 넘겨주었지만, 눈앞에서 범인은 유유히 빠져나갔다.
“결국 경찰 신고부터 범인 현장 체포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항상 절차가 우선이고 소상공인들의 안전은 뒷전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범인 김씨로부터 5천 달러 이상을 도둑 맞은 비치넛에 있던 한인 주유소는 결국 고질적인 절도 피해 등에 얼마전 가게를 폐쇄했다.
또한 지난 2월 27일(일) 새벽에는 롱포인트 오성상가 내 본가, 만나식당, 소공동 순두부 식당이 입구가 파손되고 내부 침입 사건이 발생했다. 한인 커뮤니티의 치안유지와 안전강화 조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