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대 조 바이든 대통령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약속
첫날 10여개 행정조치 서명… 시작에 불과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미 헌법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1월 20일(수) 정오 직전 취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46대 대통령으로, 해리스는 최초 여성, 최초 흑인계, 최초 동남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부통령 직을 맡은 미국인이 되었다.
올해 취임식 및 관련 축제는 1월 6일 국회 의사당에서 발생한 폭동 이후 코로나19 전염병의 악화와 보안 강화로 인해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예전 같으면 20만명이 운집했겠지만, 이날 참석자는 약 1천명으로 제한되었다.
취임식에는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각각 참석했다. 그러나 전임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당일 아침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팜비치 국제공항으로 떠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연 2024년 대선 출마를 포함해 공화당 정치계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다.
취임식을 앞두고 게엄령 발표, 시위와 폭력사태 발생 등의 우려와 루머들이 위기감을 조성하기도 했지만, 수 천명의 방위군들이 철통 보안을 유지한 가운데 무사히 끝났다. ABC 뉴스에 따르면 당일 방위군의 수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합친 것보다 5배 더 많은 군대가 되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식 후 백악관에 들렸다가 가장 먼저 알링톤 국립묘지를 방문, 무명용사의 무덤에 화환을 걸었다.
미국의 날 희망의 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 여러분, 오늘은 미국의 날입니다.”라고 취임사를 전하며, “민주주의의 날, 역사의 날, 그리고 쇄신과 결의에 대한 희망의 날”로 이 날을 정의했다. 들끓는 도가니 속에서 미국이 새로운 시험과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다시 단결과 단합으로 위기를 뚫고 갈 수 있다며 미국 국민들에게 ‘하나됨’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하고 있는 절반의 국민들을 의식하며 그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동안 유행성 전염병, 인종 및 LGBTQ 형평성, 이민 문제 및 환경 문제를 포함하여 12개 이상의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정책 일부를 취소하기 위해 행정명령과 메모 및 각 기관에 대한 지시를 포함한 역사적인 조치들을 취했다. 행정부 관계자는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며, 향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 100일 내 더 많은 조치들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의 중점 정책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먼저 연방건물과 직원들의 100일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을 내렸다. 주정부와 지방정부도 이러한 조치들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코디네이터 직책을 신설하여 대응시스템 강화를 지시했으며, CDC의 연방 퇴거 유예를 최소 3월 31까지 연장하고, 연방 모기지 학자금 대출도 오는 9월 30일까지 이자 및 지급일시를 일시 중지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대외적으로는 WHO 탈퇴 절차 중단을 지시했다.
이민정책에서 서류미비청년의 DACA 조치를 보호하고 불법 입국한 사람들의 추방을 100일간 유예토록 지시했다. 또한 미 센서스 인구조사 집계에 서류미비 이민자가 제외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그밖에 다수의 이슬람 국가 거주자와 난민 입국을 금지도 해제하는데 서명했다.
평등과 차별 방지를 위한 조치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책 입안 전반에 걸쳐 공평성을 확립하고 연방 프로그램 및 기관의 접근 기회에 대한 인종 차별이나 기타 장벽을 근절하는 행정 명령을 지시했다. 허리케인 하비나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이민사회 특히 한인사회와 같은 소수 민족이 연방정부의 구호 프로그램에 접근하는 것이 언어적 장벽과 제한된 언어 지원으로 어려움이 컸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이러한 장벽들도 해결될 수 있는 근거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근거한 직장 내 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환경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의 탈퇴했지만 역시 재가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줄이고 지구 온난화 제한에 앞장서게 된다. 그밖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렸던 많은 행정조치들을 뒤집는 조치들이 뒤 이을 것이다.
17만 5천명 한인 서류미비자 음지에서 양지로
이민자 권익단체인 나카섹(NAKASEC, 미교협)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날 서명한 새 이민법안에 대해 “이민자 커뮤니티의 첫 승리다. 1천100만 명의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 8년 동안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표되었고, 추방이 일시 중지되었으며, 무슬림 금지령 폐지, 다카 프로그램 복원 및 국경 장벽 건설 중단 등 일련의 행정명령 조치를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나카섹은 이 법안들이 의회를 통과하면 아시안 미국인 커뮤니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나카섹의 통계에 따르면, 서류미비자들은 인도계 미국인이 45만 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계 미국인 39만 명, 필리핀계 25만 명, 한국계 미국인은 17만5천명 등 대략 170만 명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음지에서 나올 수 있게 된다. 합법 체류의 혜택이 강화되면 당연히 가족기반 이민시스템이 강화되고 다양한 비자가 늘어나면서 이민사회가 활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카섹 관계자는 이러한 법안과 행정명령은 결국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통해 얻은 결과”라면서, 이민자 커뮤니티가 보다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법안과 집행 명령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한인사회가 더욱 단합하고 상호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조치에서 끝나지 않고 영구적이고 성문화되기까지 계속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구소(ASPI)도 차기 행정부가 공평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작성한 20개의 짧고 실행 가능한 정책 권장사항을 준비했고, 첫 6개월 동안 아태지역 이민사회가 어떻게 참여해나갈지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