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美 주요 도시들 속속 채택
보수반대 불구 휴스턴, 어스틴 등 진보성향 도시 가능성 높아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코로나 팬데믹에서 회복돼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다.
공급망 대란과 인플레이션, 국제유가 폭등으로 물품 부족 현상과 가격 인상,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텍사스조차 휘발유 값이 갤런당 4달러 가깝게 치솟고 있다.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자 미국의 어느 성공한 사업가는 지역 주민들의 주유비를 대신 지불해주겠다고 하는가 하면,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올 연말까지 4인 가구당 400달러씩 제공하는 에너지 리베이트 법안 혹은 에너지 텍스 크레딧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40년만의 물가 급등에 유가폭등까지 겹치자 생활고에 빠지고 있는 미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각종 시도들이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이다. 휘발유 값이 6달러 선도 돌파한 캘리포니아 주는 가구당 400달러씩 제공하는 리베이트 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50개+ 도시 시행
이런 가운데 최근 소득보장(Guaranteed Income)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도시들이 증가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도시는 현재 미국 내 50개 이상에 달하는데 그 중 3분의 1 이상이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022년부터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소득보장 프로그램’ 이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수백 달러(때로는 수천 달러)의 현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보통 1~3년 정도 특정기간 동안 자격을 갖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매월 수표를 제공해줌으로써 프로그램 기간 동안 참여 가구는 신뢰할 수 있는 보장 소득을 얻게 된다.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각 주마다 자체 기준과 규칙을 설정하기 때문에 도시마다, 주마다 대상이나 금액에 차이가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이 모든 사람에게 균일한 금액을 제공하는 것인 반면 소득보장은 자격이 있는 특정사람들에게 특정 금액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13개 주의 여러 도시들이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워싱턴D.C 를 비롯해 뉴욕, 루이지애나, 조지아, 플로리다, 콜로라도,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13개 주에 속한 일부 도시들이 2022년부터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추가로 도입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만장일치 통과
캘리포니아는 미 전국 최초로 일정 자격을 갖춘 주민들에게 주정부가 기본소득을 지급해주는 소득 보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주로 일정 자격을 갖춘 임산부와 성인이 돼 위탁양육 가정을 떠나는 젊은 성인들에게 일정액이 지급된다. 일부 중소 도시에서부터 시작된 저소득 주민에 대한 소득 보장안이 최근 전국적인 지지를 확대하고 있으나, 주정부 차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캘리포니아가 처음이다. 캘리포니아 주 가운데 LA 카운티는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즉 거주 여부, 시민권자 여부를 불문하고 가장 빈곤한 지역의 1천명에게 향후 3년 동안 매달 1천 달러를 제공키로 했다. LA 카운티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어린이 중 25%가 빈곤가정에서 살고 있다. 소득보장을 위한 예산은 2021년 연방 미국구조계획법(American Rescue Plan Act)에서 확보할 예정이다.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13일까지 2주 동안 신청을 받는데, LA 한인사회도 적격 저소득가정에게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신청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도입한 소득보장 프로그램은 기존의 정부지원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르다.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은 그동안 식품 바우처(voucher)나 주거 지원과 같은 제한적인 정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었지만, 소득보장 프로그램은 용도제한을 두지 않고 수혜자들이 자유롭게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소득보장 프로그램이 근로 의욕을 약화시키고 정부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뿐아니라 타주에서 이를 도입하는 지역정부들이 늘고 있다.
텍사스 인구 大지각변동
소득보장으로 제도적 보완
아직까지 텍사스 주는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 2020년 인구센서스 결과 텍사스는 2010년 이후 가장 큰 인구 증가를 기록했다. 아태계와 같은 유색 인종이 텍사스 인구 증가의 95%를 차지했고 히스패닉 인구는 비히스패닉 백인 인구를 추월해가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텍사스 주를 급속하게 재편하고 있다. 텍사스 중간주택가격은 10년 동안 50% 이상 올랐고 어스틴 동부 같은 특정지역은 10년 동안 주택가치 중간값이 2배로 껑충 뛰었다. 임대료가 치솟고 재산세와 생활비도 상승했지만 텍사스의 최저 임금은 아직도 시간당 7.25 달러에 머물러 있는 등 모순이 공존하고 있다. 결국 가난한 텍사스 주민들은 점점 지역사회에서 발붙일 곳을 잃고 있다.
현재 텍사스의 휴스턴, 샌안토니오, 어스틴 3개 도시의 시장들은 소득보장을 위한 전국시장연맹에 합류했다. 지난 6월 어스틴 시의회는 소득보장이 주민들의 경제적 안정을 어떻게 증진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또 스티브 애들러 시장은 2021년 시정연설에서 인종적 부의 격차를 줄이는데 있어 소득보장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새로운 인구와 부의 유입으로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과 이민자, 유색인종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임대료나 주택 비용이 상승해도 매월 일정 금액을 보유할 수 있다면 저소득층 커뮤니티가 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 공화당이 아직은 반대하고 있지만, 휴스턴시와 주요 도시들이 진보적 성향을 추구하고 있고, 특별히 팬데믹 이후 개인구제체크나 렌트비 지원, 아동세금공제, 그리고 지방정부의 각종 보조금들도 모양만 다를 뿐 모두 현금 지원 프로그램이었다. 이러한 현금 지원들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들이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유연성을 갖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던 것이다. 인구증가나 부의 유입과 같은 외적인 변화에 맞춰 내부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한 텍사스에 소득보장 프로그램의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면 제도적인 시행도 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