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손님들 쉘터 되어준 스파월드 휴스턴

By 양원호 기자
kjhou2000@yahoo.com
강추위로 인해 갑작스럽게 발생한 텍사스 전역의 정전 사태가 끝난지도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텍사스 주민들이 사태 뒷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전 사태가 길어지면서 길게는 3일에서 짧게는 하루 이상 단전을 경험했던 가정집들은 거의 대부분 한 가구당 두세군데 이상의 수도 파이프 파열을 겪었다.
고생의 파도는 쓰나미처럼 하나하나 순서대로 몰아 닥쳤다. 정전의 불편함이 가장 먼저, 다음은 추위, 그리고는 단수… 처음 NRG 쉘터가 곧이어 갤러리 가구점과 레이크우드 교회가 추위에 떠는 휴스턴 사람들에게 피할 곳을 열어 주었다. 그와중에 남부 최대의 한인 찜질방 스파월드 휴스턴도 쉘터로서의 역할을 든든하게 해냈다.
스파월드 휴스턴의 활약은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케이티 지역의 대부분이 단전되어 추위에 떨던 16일(화)에도 스파월드는 다중 이용시설인 덕분에 단전이 되지 않고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추위를 피해 스파월드를 찾아든 고객들이 서로서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어느덧 객장의 손님 수가 개장후 최대인 300여명에 다다랐다. 원래 영업 시간은 밤 10시까지였지만, 고객들을 더욱 맹렬해진 밤추위 속으로 내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스파월드 오영국 대표의 제안으로 직원들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순환 단전을 예고했던 전기회사를 상대로 300여명의 고객들이 추위를 피해 와 있는 점을 설명하며 단전을 최대한 미뤄달라고 요청했고, 정기 식자재 납품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식자재들을 구매하기 위해 그나마 문을 연 소매점들을 뒤졌다. 4시간넘게 오영국 대표가 주변 가게들을 돌며, 그나마 판매대에 남아 있던 유기농 계란, 무농약 채소같은 고가의 소량 식자재들을 단가에 상관없이 모조리 쓸어왔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지만 손님들을 굶길 수는 없으니까…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직원들도 모조리 스파월드에 남아 고객들을 보살폈다. 나중에는 이마저 다 떨어져 마침내 정전이 된 오전 11시경에는 라면 62개를 끓여 마지막까지 남은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POS도 끊긴 상황에서 손님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여경미 매니저는 “직원들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 주었지만, 손님들도 역시 불편을 이해해 주시며 불미스러운 사고 한 건 없었던, 힘들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17일(수) 오전 11시경에 나간 전기는 오후 4시 20분경에 곧 다시 들어왔고, 스파월드는 이미 “당분간 쉘터 개념으로 찜질방 운영을 계속할 예정이며, 기본입장료와 식당이용비 등을 제외한 추가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였다. 곧 정전 사태도 일단락되며 스파월드의 영업도 빠르게 정상을 되찾아 지난 주말부터는 각종 프리미엄 스파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오영국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위의 가까운 분들이 단전, 단수로 고생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쉘터 개념으로 24시간 운영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준비가 안되어서 직원들이 많이 고생을 했지만, 이번 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한 것보다 스파월드 홍보가 더 된 것 같아 부끄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