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증오범죄 추적·기소 강화키로
휴스턴 뷰티업계, 갈등 부추기는 주류 여론에 당혹과 우려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바이든 대통령은 3월 30일(화) 아시안 증오 범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테스크포스 신설을 발표했다. 반 아시안 폭력행위 증가 대응과 아태계 커뮤니티 안전 및 포용 증진을 위한 새로운 조치다. 아태계 증오 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한 4천950만 달러 기금도 지원키로 했으며, 아시안 증오 범죄 근절을 위해 코로나19 형평성 테스크포스 위원회도 설치된다.
연방 법무부는 아태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의 증가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증오범죄에 대한 추적과 기소를 강화한다고 발표하는 등 코로나19와 맞물려 아시안들을 겨냥하는 차별과 폭력 증가는 정부의 새로운 대처를 불러오고 있다.
사실 아시안 증오 범죄와 차별 문제는 오랫동안 만연돼왔던 문제였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노골적으로 표면화, 심화되었고, 2020 대통령 선거 전후로 증오심 표현과 증오 범죄가 증폭되었다. 결국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3월 16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발단이 돼 아태계를 표적으로 한 증오범죄는 인종, 피부색, 종교, 국적, 성적지향, 성 정체성, 장애 등을 원인으로 한 증오범죄(Hate Crime)에 대해 미국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변화는 미주 한인사회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 내 한인들과 한인단체들에도 정치적 각성을 촉발하고, 조용하고 모범적 소수민족에서 탈피해 당당히 책임있는 시민의 모습을 강조하며 반인종차별에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적극적 신고와 경찰 신뢰 중요
지난 2월 15일 텍사스 겨울폭풍으로 취소되었던 HPD 안전간담회가 3월 29일(월) 오후 1시 휴스턴 한인회관에서 열렸다. 휴스턴 경찰국(HPD) 측에서는 Ban T. Tien HPD 부국장(Patrol Region 1 Command) 과 Tuan N. Nguyen 서전트, 커뮤니티 아웃리치 부서의 Don Vo 아시안 커뮤니티 담당 오피서가 참석했다. Ban T. Tien 부국장은 지난 해 10월 5개 지역 디비전과 갱 전담부서를 관장하고 있는 Patrol Region 1 Command 총 책임자로 임명됐다. 한인타운은 센트럴 디비전에 속해있다.
HPD 안전간담회에는 주최측에서 안명수 총영사와 윤성조 영사가 참석했고, 한인사회 대표로 신창하 한인회장, 심완성 수석부회장, 헬렌장 이사장, 윤건치 이사를 비롯해 민주평통휴스턴협의회 박요한 회장, 시민권자협회 신현자 회장, 사우스웨스트경영지구 송행만 이사, 종교계에서 서울교회 이범노 집사, 휴스턴뷰티연합회 노윤일 대외담당위원(업타운 뷰티서플라이 대표) 등이 참석했다.
HPD 안전간담회는 휴스턴 경찰국의 ‘Keep Houston SAFE’ 공공안전 캠페인이 주된 포커스다. 즉 범죄 발생 후 대응 보다 범죄 예방 및 범죄사건 감소를 목표로 모든 시민, 기업, 커뮤니티가 범죄퇴치에 한 팀으로서 협력하여 휴스턴을 안전하게 지켜나가자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아시안 증오 범죄사례들이 우후죽순으로 보도되고 업타운 뷰티 한인여성 오너에 대한 폭력 사건까지 주류방송과 한국에까지 보도되면서 반 아시안 증오 범죄가 안전간담회의 주된 주제가 되었다.
안명수 총영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도전 속에서도 조지 플로이드 사건, 허리케인 시즌, 2020 대선, 그리고 겨울 폭풍까지 일련의 사건과 재난들 속에서도 취약커뮤니티를 보호하고 치안유지에 노력해온 HPD에 감사를 전했다. 그러나 HPD에는 ▶뷰티 폭력사건을 포함한 증오범죄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 ▶ 휴스턴 경찰개혁에 기초해 대 커뮤니티 정책이 제고되어 한인타운 범죄 감소 및 빠른 경찰 대응을 요구했다. 한인사회에는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와 경찰과 파트너십 유지, ▶아태계 증오범죄에 대응해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와 연대를 당부했다.
Tien 부국장은 증오 범죄(Hate Crime)에 대해 HPD의 CID(Criminal Investigation Department)과 협력해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범죄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갱(Gang) 담당부서가 사우스웨스트 디스트릭과 긴밀한 협력관계 속에서 범죄 해결과 감소에 노력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미 법무부는 미국에서 2004-2015년 사이 매년 평균 25만 건의 증오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법 집행기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Tien 부국장도 “많은 아시안들이 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 외에도 신고를 통해서 이민, 탈세 문제가 드러날까 우려하지만, 경찰 업무는 IRS나 이민업무와 별개라고 강조했다. Tien 부국장은 안명수 총영사가 HPD 폴리스 아카데미를 상대로 강연했던 것을 예로 들며, 차세대 경찰들을 상대로 커뮤니티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긴밀한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증오심 표현(Hate Speech)이 증오 범죄(Hate Crime)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민사회의 언어장벽이나 표현의 미숙함에서 범죄가 발생되는 경우도 지적했다.
이날 안전간담회에서 한인단체 대표들은 “뷰티업계 폭력 절도사건은 수십 년간 수없이 발생해왔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워야 할 것”, “시카고와 비교해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갖고 있는 휴스턴에 치안을 담당할 경찰인력이 부족하다”, “증오 범죄의 성립 조건은?”, “서로 다른 커뮤니티, 그리고 경찰과 지역사회가 친밀한 관계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등의 질문과 의견 교환이 오갔다.
흑인사회와 쌓아온 모범적 관계
한편 휴스턴뷰티연합회를 대표해 참석한 노윤일 대외담당위원은 이번 업타운 한인여성 오너 폭력사건을 흑인사회와의 갈등과 아시안 증오범죄 쪽으로 몰고 가는 경향을 우려했다. 공교롭게도 사건이 애틀랜타 총격사건 직후 발생하면서 주목받았을 뿐 개별적 사건에 불과하며, 피해점주 역시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주목받는 것에 당혹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LA 폭동 재현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90% 이상 흑인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뷰티업계가 실제로는 흑인커뮤니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리케인 하비 때는 물론 해마다 흑인 교회들에 정기적으로 도네이션을 하고 흑인 직원들을 고용하며 휴스턴 메트로 지역에 있는 250여개 뷰티업체(인근 외곽 도시까지 300여개)들 가운데 우범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범죄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후 휴스턴 뷰티업계도 바짝 긴장했지만 불미스러운 폭동이나 사건은 거의 보고되지 않았을 만큼 다른 주나 도시에 비해 휴스턴 뷰티업계는 모범적으로 좋은 관계를 구축해놓았다고 평가했다. 아직 업타운 한인여성 오너에 대한 폭력사건은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인종간 갈등 구조와 대립관계로 비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코로나19를 두고 ‘양날의 칼’로 비유하기도 한다. 전례없는 질병은 고통을 가져왔지만 반면 변화와 개혁을 가능케 했다. 오랫동안 내재돼있던 인종차별도 재난 중에 기어코 곪아터졌지만 정의가 숱한 편견들을 누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