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규성·강신영 씨 가족과 유일 생존 윌리엄 군에 애도·응원 물결
고펀드미 개설 3일도 안돼 183만6천여불 답지
텍사스 총기규제법안도 한 걸음 진전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5월 7일은 어린이주일이었다.
한인중앙장로교회 주일 예배에 강창호 장로가 출석하지 않았을 때만해도 아무도 이런 참사가 있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5월 6일 토요일 텍사스 알렌 프리미엄 아울렛 몰은 어린이주일과 다가오는 마더스 데이를 앞두고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부터 알렌몰 총기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총기 참변에 한인 희생자가 나왔고 신원이 공개된 것은 일요일 저녁부터였다. 8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당한 끔찍한 참사에 한인 일가족 3명이 포함돼있었는데, 조규성, 강신영 씨는 강 장로의 큰 딸 부부였고, 6세 윌리엄, 3세 제임스 두 명의 손자 중 어린 제임스도 총격에 희생됐다. 윌리엄 군만이 어깨에 총상을 입고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사고 당일 윌리엄 생일선물로 받은 옷을 교환을 위해 아울렛 몰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었다.
이민가정에서 성장한 조규성 씨와 강신영 씨는 각각 이민변호사와 치과의사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었고 온가족이 달라스 뉴송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강신영 씨의 경우 대학진학 전까지 휴스턴에서 성장하고 교회생활을 하면서 특히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늘 환한 웃음에 조용하고 상냥한 착하고 장한 딸이었기에 지인들과 교회도 큰 슬픔과 충격을 받고 있다.
이번 총기참사의 범인은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그러나 그가 사용한 AR-15 스타일의 소총과 권총의 위력을 고려했을 때 조금만 범인 제압이 늦었더라면 희생자는 수십명, 수백명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8명의 희생자 중 강 씨 가족을 포함해 특히 아시안계의 희생이 많았다.
매체들도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알렌 지역의 인종 구성에 주목했다. 알렌이 속해 있는 달라스-포트워스 대도시 권역은 근래 미국 주요 대도시중 아시아계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통계에 따르면 알렌의 전체 인구 10만5천명 중 아시아계가 약 19%, 흑인이10%, 히스패닉이 11%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총격범이 극단적 인종주의자로 다른 인종에 대한 혐오나 증오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한인사회와 아시안 커뮤니티에 주는 우려와 충격은 더욱 크다.
유일한 생존자
알렌 쇼핑몰 총기참사 많은 보도 중 윌리엄 군을 구조했을 당시의 상황은 더욱 눈물나게 한다. CNN의 한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윌리엄군은 강신영 씨가 꼭 껴안은 품 안에서 발견되었다. 무차별 총격에 온 몸으로 자식을 보호하려 했던 어머니의 간절하고 피눈물 나는 몸부림에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윌리엄 군도 중태라고 보도되었지만, 다행히 윌리엄 군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져 잘 회복되고 있다고 강창로 장로가 8일 본지에 확인해주었다.
인터넷 기금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도 이들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며 8일(월) 오전 11시 경 개설됐다. 계정은 희생자 가족들을 대신해 지인이 개설했으며, 후원금은 조규성 씨 가족 계좌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5만 불 목표로 시작된 모금은 10시간 만에 97만 불을 넘었고, 3일이 안된 11일 오전 6시 현재까지 35만5천명의 도네이션으로 모금액은 183만6천여 불에 이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사랑과 기도에 깊이 감사하고 진심으로 감사하다. 윌리엄은 잘 회복하고 있다. Kyu와 Cindy의 가족 모두 이 기금을 사용하여 William이 부모님의 유산을 이어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사이트를 통해 유족들의 마음도 전하고 있다.
모금에 동참한 지인들과 무명의 사람들은 희생가족들의 명복을 빌고, 특히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윌리엄 군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용기와 격려를 보내는 메시지들로 가득차 있다.

무분별한 총기사고 막자
이번 참사 이후 달라스와 휴스턴 한인회도 각각 한인희생자 가족을 애도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미석유가스엔지니어협회(KOEA)도 이번 총기사고 피해자가 KOEA 초창기 멤버이고 평생회원인 강창호 박사의 따님이라는 비보를 전하고 필요한 어떤 도움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KOEA 측에 “지금은 첫째 아들(손자)의 몸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현장을 바로 옆에서 본 그 아이가 하나님의 보살핌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며 많은 분들의 염려와 연락에 감사를 보내왔다.
한편 이번 알렌 총기 참사로 텍사스에서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텍사스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유한 주민이 별도의 면허를 발급받거나 훈련받지 않고도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애봇 주지사는 사고 직후인 7일 언론 인터뷰에서 총기 사건 대책에 대해 “정신건강을 다루는 것이 장기적 해결책”이라면서 총기 난사 책임을 개인의 정신 문제로 돌리는 본래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존 위트마이어 주상원의원은 9일 “알렌 총격사건의 희생자 중 세 명이 휴스턴과 관련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슬픔이다. 우리가 이런 피해를 겪을 때 말로는 불충분하다. 하지만 총기 폭력을 지금 끝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원의원 13명으로 구성된 텍사스주 하원 지역사회 안전위원회는 8일 AR-15 등 반자동 소총 구매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8표, 반대 5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주하원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심의를 거치게 된다. 다만 이번 표결은 어디까지나 예비 투표 성격으로 텍사스주 하원에서 이번 법안이 최종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총격 사건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형성돼있다.
미국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7일 기준 미국에서 올해 5개월 동안 총 205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GVA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사상자가 4명 이상인 사건를 총기난사(mass shooting)로 본다.
아태계 정의구현 옹호단체인 AAPI Victory Alliance 도 9일 성명을 통해 이번 알렌 총기난사로 목숨을 잃은 7명의 아태계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총기폭력방지법안에 대한 전국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오늘날 미국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은 학교도, 영화관도, 쇼핑몰도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자유인의 땅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 사는 나라다. 정부의 모든 수준에서 선출된 공무원들에게 공격용 무기를 금지하고 거리에서 전쟁 무기를 제거하는 등 총기 폭력의 위협으로부터 모든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대담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알렌 총기참사는 휴스턴 시장 선거를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 아태계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와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