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0년 멕시코가 텍사스를 자국의 땅이라고 여길 때 ‘통로’라는 뜻을 가진 엘파소는 미국과 멕시코의 통로였습니다. 엘파소는 텍사스 주 가장 서쪽에 위치한 인구 약 70만 정도의 미국 내에서 23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히스패닉이 약 81% 정도 거주하는 국경도시이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군부대 Fort Bliss가 있기 때문에 ‘군사도시’로 불립니다. 또한 텍사스 주립대학인 UTEP(The University of Texas at El Paso)가 있어 ‘교육도시’로, 대학이 있기에 다양한 문화 행사가 행해지는 ‘문화도시’이자, 미국 남부지역인 엘파소 역시 교회가 많아 ‘종교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멕시코와 접한 국경도시이기에 치안이 불안할 것 같지만 매년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엘파소에 한인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군 지역이기 때문에 한국에 파병된 군인들과 결혼하여 미국에 들어온 가족들이 1960년대 경부터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부터 엘파소에 정착하는 은퇴한 군인 가족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남미를 통해 이민 온 사람들이 스페니쉬가 잘 통하는 엘파소에서 국경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서 한인들의 거주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970년 후반 교회가 처음 생긴 이래 계속해서 교회가 개척되어 현재 한인교회 12개와 성당 1개가 있는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한인인구가 늘어나면서 1979년경부터 최한영, 이상근, 전성근, 윤요한 초대 한인회장들로 한인회가 결성되었고, 이후 한인사회는 한인회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인회에서는 매년 여러 가지 행사들을 통하여 한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특히 엘파소 역대 한인회장들 중 고창순, 고경열 증경회장들은 중남부지역 한인회연합회장으로 봉사하면서 엘파소 사회를 빛내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매년 6.25 행사를 함께 했는데, 2016년 6.25 행사에서 ‘6.25 참전용사 기념비 제막식’ 및 2022년 ‘엘파소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도로 표지판’을 54번 도로에 제막하여 한국전쟁을 더 이상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였습니다.
한인 교민수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1990년경부터는 한인회와 교회를 중심으로 주휴스턴총영사관에 재외교육기관으로 등록된 주말 한글학교가 시작되었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2개 교회에서 꾸준히 한글학교를 운영하며 2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역사, 문화 교육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교육에 앞장섰습니다. 2023년 9월부터는 엘파소 중앙침례교회를 중심으로 엘파소 한글학교를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연합행사 중에 청소년 집회도 2015년경까지 활발하게 진행하며 한인 청소년들이 한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미 주류사회에 일원이 되도록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경부터 미국 군인과 결혼하여 미국에 들어오는 한인수가 적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교민수도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교민들이 주로 했던 국경 비즈니스도 점차 쇠퇴해가면서 비즈니스 1세대들이 떠나게 되고, 그로 인하여 한인의 숫자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UTEP에 한인 교수 30여 명이 후학을 가르치고 있고, 한국에서 유학 온 유학생 및 지역 Texas Tech. 의대와 치대에서 공부하는 한인학생들이 점차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교포 자녀들 가운데 미군에 입대하여 엘파소로 오는 젊은 군인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한인마켓과 한인식당, 일식당 등은 한인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한인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엘파소에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 소박하고 친절하여 스페니쉬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교민이라면 엘파소는 사업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시사철 날씨가 따뜻하고, 부동산 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은퇴 후 거주지로도 좋은 도시입니다. 아울러 공항이 가까이에 있고, 중형 도시지만 교통 혼잡이 많이 없으며, 모든 생활권이 가까이 있어 살기에 아주 편안한 곳입니다.
<기사/사진제공: 고경열 미주한인회 중남부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