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변협 “한일 양국 오랜 무책임에 경종”… 피해자 인권보장 계기 기대
휴스턴 함께 맞는 비 “日정부의 범죄사실 인정과 법적 배상 촉구 나설 것”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흉상 <사진: 연합뉴스>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지난 8일(금) 서울중앙지법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8일 즉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국 상대 손해배상을 인용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변협은 “일본군 ‘위안부’ 사건은 나치전범과 함께 20세기 최악의 인권침해 사건임에도 양국의 무책임 속에서 오랜 기간 피해회복에 소극적이었다”며, 이번 판결로 이런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피해자들의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를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했다.
이어 “법원은 일본정부가 원고들에게 자행한 이 사건 행위가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써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고, 당시 일본제국에 의해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에서 우리 국민인 원고들에게 자행된 것으로서, 대한민국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한일 양국의 1956년 청구권협정이나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이번 판결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은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장받는 계기가 되고,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등의 역사적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도형)도 “세계인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긴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구제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대한민국 광복회도 10일 “일제 강점의 불법성에 면죄부를 준 한일협정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판결로써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일본 정부의 수용 불가 입장에 대해서는 “일본에 무릎 꿇고 굴욕적 우호관계를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역사 정의에 입각한 우리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처절하고 위대한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韓 외교부 소극적 논평 빈축·반발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 판결이 13일 예정되었다가 오는 3월 24일로 연기됐다.
이 사건은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1명이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2016년 12월 28일 제기한 소송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이 사건이 두 번째다. 재판부는 추가 심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변론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승소 판결이 내려진 직후 대한민국 외교부는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대변인 논평하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들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3일 정기 시위현장에서 정의연은 “역사적인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스럽다”며,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해 10월 17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휴스턴 동포사회 안에서 베를린 미테구 소녀상 철거명령 철회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던 ‘휴스턴 함께 맞는비’(함비, 회장 구보경)도 이번 판결에 코멘트를 전했다.
구보경 회장은 “일본정부는 그동안 국가면제권(국제관습법)이나 샌프란시스코 조약, 1965 한일청구권협정, 2015 한일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면서, “이번에 대한민국 법원에서 피해자 개개인에게 입힌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은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 “42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는 13분의 피해자(원고)의 피해과정과 사실이 모두 기재돼있는데, 이번 판결의 기쁜 결과를 듣게 되는 생존자는 단 4분만 남았다”며 안도감 이면의 분노감까지 복잡한 감정을 전했다.
한국 법원 판결 직후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즉각 발표하고 나서 향후 일본정부의 대응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휴스턴 함께 맞는 비’는 “일본정부가 이번 판결을 이행하도록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일본의 범죄사실 인정과 법적배상을 촉구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