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치 회장 당선인 “절반의 승리, 화목으로 이끌겠다”
곽정환 후보 “선거 졌지만 한인회 발전에 소정의 목적 달성”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40여년만에 치러진 휴스턴 한인회장 선거투표에서 무려 1천32명 한인유권자가 몰렸고, 33대 한인회장 선거 개표는 정확히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5시 시작했다. 이상일 선거관리위원장과 선관위원들, 그리고 참관인들과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 내내 결과를 알 수 없는 막상막하를 연출했다. 개표 전 이상일 위원장의 개표 규칙을 들은 양 후보는, 개표 결과에 추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동의했다. 결국 이날 개표 결과로 선거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한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오후 5시 46분 개표가 끝났을 때 총 1,024표의 유효표 중 기호 2번 윤건치 후보가 545표, 기호 1번 곽정환 후보 472표를 득표했고, 무효표가 7표였다. 결국 73표차로 윤건치 후보가 33대 휴스턴 한인회장에 당선됐다. 선관위가 카운트한 투표용지는 총 1천32표였으므로 8표는 분실로 처리됐다.
곧바로 이상일 위원장은 윤건치 후보에게 당선증을 전달했다. 윤 당선자는 “지지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절반 정도 가까운 저를 지지 않은 분들의 뜻도 함께 의견을 반영해 한인회를 이끌어가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또한 “공약대로 1세, 1.5세, 2세 등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한인회를 만들어가겠다”며 “아울러 33대 한인회의 구호는 ‘화목’이다”라고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곽정환 후보는 “개표 결과를 인정한다”며 “저와 함께 고생해준 자체 선대위원장과 위원들, 그리고 저를 지지해 준 많은 한인유권자들에게 감사하다”면서, 향후 윤건치 한인회 회장과 업무와 관련하여 협조할 수 있음도 내비췄다.
▲ 응급실을 오가는 중에도 투표장에 나온 김영일 씨와 모친 김윤애 씨 ▲ 강경준 전 한인회장 모친 94세 강희숙 어르신
투표 현장 이모저모
오전 11시 이후부터 쏟아진 폭우로 한때 투표 대기자들은 모두 한인회관 건물 안 이층까지 올라가 순서를 기다렸다. 오전에 이미 800명 정도가 투표를 마쳤다.
먼 외곽에서 일부러 한인회관을 찾은 동포들 중에는 증정품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파사데나에서 아드님의 부축을 받으며 오신 장성종 어르신(82세)는 거동이 매우 불편했지만, 곱게 화장한 얼굴로 회관 밖에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자기 순서에 투표했다. “아들과 둘이서 살고 있는데, 한인회장 투표하려고 정말 오랜만에 외출했다”며 뿌듯해하며 돌아섰다.
33대 한인회장 투표장은 기호 1번과 2번 중 누구를 뽑는가가 주목적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수년간 못 만났던 옛 친구와 이웃과 뜻밖의 재회가 이루어지는 만남의 장소로 변모했다. 서로 악수하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모처럼 활기와 웃음이 넘쳤다. 역대 한인회장들 중에는 9대 임성빈 한인회장이 보조기구에 의지해 투표장에 나타나자 현장의 이상일, 강경준, 헬렌장, 신창하 후배 한인회장들이 일제히 나가 손을 잡으며 환영했다, 21대 유재송 회장을 비롯해 26, 27대 김수명 전 회장, 28대 폴윤 회장도 투표를 마친 뒤 후보들과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등 근래 보기 드믄 훈훈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23대 강경준 회장의 모친 강희숙 여사도 94세의 연세로 가족의 부축 속에 한 표 행사를 했다. DPA 휴스턴 장애인부모회에서도 송철 회장과 장애인부모님들이 성인 자녀들을 데리고 왔다. 최근 건강 악화로 응급실을 몇 차례나 오가며 생사와 싸우고 있는 김영일 씨도 어머니 김윤애씨가 미는 휠체어에 앉아 투표했다. 한인회장 선거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깡마른 손으로 힘들게 동그라미를 치는 모습은 숙연하게 다가왔다.

이것이 진짜 민주주의
오후 2시 이후 투표장은 한산했지만, 한 자원봉사자는 “선물에 연연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진짜 이제부터 나타날 것”며 기대하는 모습이었는데, 휴스턴 올드타이머들이 오후 투표장에 다수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1천번 째로 투표를 마친 조인규 씨는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총 1천장의 투표용지를 준비한 선관위원들조차 40여년 만에 첫 실시하는 한인회장 경선 투표에 과연 유권자들이 몇 명이나 몰릴지 궁금해했는데, 투표 결과를 떠나 “1천명의 한인회원을 만나는 역사적인 날”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훈또스 사무실에서 만난 신현자 회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선의의 경쟁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선의의 경쟁을 했을 때 아름다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짧은 시간 내에 곽정환 후보측이 470여 표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조직력을 동원했는가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로 1천여명의 한인회원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쌀, 라면 등의 증정품의 영향도 컸지만, 선관위가 당일 회원등록을 가능케한 것도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면서, 휴스턴 한인사회의 긍정적 미래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