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일수록 함께 보듬는 ‘사랑의 공식’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가끔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일들을 경험하게 될 때면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받는다. 더구나 그 경험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이라면 감동은 발이 되어 또 다른 감동을 불러오곤 한다.
허리케인 하비 때는 자연재난이 휴스턴에 집중된 것이어서 미주 동포들은 물론 전세계 동포사회의 성금이 휴스턴 한인사회에 답지되었고 200여명의 피해가정에 골고루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모두가 피해자이고, 지금 미국은 확진자 숫자가 100만 명이 넘으면서 대공황과 같은 위험한 현실을 맞아야 위기에 직면해있다.
코로나19 성금을 전달하겠다는 조의석 목사(우드랜드 빛사랑교회 담임)의 전화를 받았을 때도 그저 따뜻한 동포애의 성금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24일(금) 본지 사무실을 찾은 조의석 목사 내외분이 건넨 봉투에는 1만 불이 들어있었다. 개인 기부금으로는 큰 액수였다. 하비 때도 개인 고액 기부는 몇 천불 단위였고 기업체가 아니면 1만 불 이상의 기부는 동포사회에서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의석 목사는 “1만 불이라고 해도 10가정에 나누면 한 가정에 1천불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직장을 잃게 된다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현실에서 1천불이 큰 액수는 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의석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우드랜드 빛사랑 교회는 현재 교인수가 20명 안팎이다.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교회들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기부가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2~3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지역사회 기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번 코로나19 기부 의사에 Paul, David 2명의 아들 가정도 흔쾌히 동참하며 1천불씩 보탰고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더욱 뜻 깊은 기부가 되었다고 전했다.
조의석 목사는 한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예로 들면서, 기부금 전액이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되며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나눔문화를 선도하는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참여할 경우 기부자의 의사를 전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 휴스턴에 맞춤형 기금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휴스턴에 그러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보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 19 기금은 그러한 조의석 목사의 나눔에 대한 비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조의석 목사는 “가난한 사람들도 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사랑의 나눔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기금’이라는 단어보다 ‘나눔’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면서 이번 기금 전달에 의미를 부여했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나눌 수 있다는 말은 ‘사회적 공식’과는 사뭇 다른 ‘사랑의 공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