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코앞까지… 이념·인종·계층 간 대립 양상 극명
아시안 유권자 투표 참여율↑ ‘풀뿌리 파워’

By 변성주 기자/양원호 기자
kjhou2000@yahoo.com
120년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최소 1억5천980만명의 유권자가 투표해 미 역대 대선중 가장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나선 ‘2020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현직 대통령을 누르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11월 5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바이든은 당선을 확정지을 수 있는 선거인단 매직넘버 270에서 단지 6석만을 남겨두고 있다. 아직까지 개표 결과가 미확정인 주 중 바이든이 6만여표 리드하고 있는 네바다가 6석이므로 5일 정오에 발표될 네바다에서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가 트럼프 측 선거인단으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다. 네바다의 경우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라스베이가스 지역이 미개표 지역으로 남겨두고 있어 선거전문가들은 바이든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4일 저녁 6시에 있었던 바이든의 ‘승리선언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승리선언’과 인수위 홈페이지의 오픈도 이같은 예측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뉴욕타임스와 CNN 등은 개표율 88%의 아리조나(11석)를 아직까지 바이든의 승리로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4일 저녁부터 바이든과의 격차를 많이 줄이는데 성공했다. 바이든은 초반 열세였던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에서 우편투표의 개봉을 바탕으로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이 기세를 차단하고자 트럼프 선거운동본부 측에서 자신들이 이기고 있던 조지아에서의 개표 중단을 목표로 소송을 추가했을 정도이다. 99%가 개표된 상황에서 조지아에서의 양 후보간 격차는 1만8천표에 지나지 않는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87% 개표된 상황에서 14만표 차이인데, 미개표된 투표함이 대부분 우편투표로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하기 힘들다.
코로나 예방에 민감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부분 우편투표를 선호해 어느 지역에서나 우편투표의 2/3가까이가 민주당 몰표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승리가 눈 앞에서 마술처럼 사라지고 있다”고 탄식한 것이 바로 이 때문으로,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트럼프 진영에서 ‘우편투표’의 유효성, 분류의 적법성 등을 내세우며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텍사스 주 선거 결과
존 코닌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M.J Hegar 후보에 승리하며 4선 상원의원의 독보적 위치를 갖게 됐다. 결국 이번 선거에도 민주당은 텍사스 상원의원 자리를 한 석도 갖지 못했다. 연방 하원위원 선거에서는 Dan Crenshaw 의원(TX-2)은 푸른 물결(Blue wave)의 무서운 기세로 추격했던 민주당 아시아계 여성 후보 Sima Ladjevardian를 따돌렸다. 그러나 웨슬리 헌트(TX-7) 공화당 후보는 Lizzie Pannill Fletcher 현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공화당의 마이클 맥카울 의원(TX-10) 수성에 성공했다. 한편 민주당의 알그린 의원(TX-9)과 쉴라 잭슨 리 의원(TX-18)은 지역사회 오랜 지지층을 바탕으로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포트밴드 카운티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Sri Preston Kulkarni (TX-22) 민주당 후보는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에 공격적인 캠페인을 펼치며 선전했지만 공화당후보 Troy Nehls 벽을 넘지 못했다. 포트밴드는 조기투표 기간 동안 327,811명이 투표하며 2016년 대선 당시 총 262,000 표를 넘어서는 등 역사 이래 최고의 투표 열기를 보였다.
이로서 텍사스는 연방 상하원의원이 공화당 24명, 민주당 13명으로 여전히 공화당이 월등 우세했다. 텍사스 주 하원의원(D-26)에 도전했던 공화당 한국계 제시 제튼 후보도 업치락 뒤치락을 하다 결국 51.81%를 득표하며 승리를 거머줬다.
한인사회에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쳤던 Texas Railroad Commissioner 의 공화당 짐 라이트 후보도 승리했고, 공화당의 텍사스 형사 항소법원의 버트 리차드슨 판사, David Newell 판사, Kevin P. Yeary 판사 모두 수성에 성공했다. 해리스카운티 커미셔너 Precinct 3 자리를 두고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톰 램지 후보는 공화당 경선에서 브랜다스타딕 전 시의원을 압도적 차로 물리쳤던 에너지를 업고 민주당 마이클 무어 후보에 승리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태계 유권자 파워
2020년 대선은 이민사회도 적극 투표에 참여했는데, 그중에는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투표 참여도 두드러졌다. 코로나19로 불거졌던 반(反)아시아 분위기도 투표 참여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AALDEF (Asian American Legal Defense and Education Fund)는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5천명 이상의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초당파적인 다국어 출구 투표 예비 결과를 발표했다. 유권자들은 영어와 다른 9개의 아시아 언어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트럼프보다 조 바이든을 67%에서 30%의 차이로 강력하게 선호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또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AALDEF 전무이사인 Margaret Fung은 “코로나19 대유행 가운데 기록적인 투표율을 기록한 아시아계 미국인 출구 설문 조사는 그들의 정당 가입 및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포함하여 성장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의 중요한 스냅 샷을 제공해주었다.”고 말했다.
이번 출구조사 결과 모든 주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의 상당수가 정당에 등록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수 인종그룹인 아시아계 미국인은 2020년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네바다, 미시간 및 펜실베이니아에서 더욱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아태계 미국인들의 선거 및 시민참여를 위한 전국적인 초당파 단체인 APIAVote(Asian and Pacific Islander American Vote)는 이번 선거 기간 중 조기 유권자 등록, 우편 투표지 및 선거일에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였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아태계 70만 명 이상의 가정에 연락하고, 선거 직전 몇 주 동안은 888-API-VOTE 핫라인에서 3천건 이상의 전화에 응답했다고 밝혔다.
스탠퍼드 대학과 MIT에서 건강한 선거 합동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퍼실리 교수는 Ethnic Media Services의 화상세미나에서 “이번 선거는 유례없는 당파적 정치 환경에서 치러지며 모두가 여유없이 상대방의 약점만 찾고 있으며 서로 극단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유례없이 많은 유권자들이 ‘부재자 투표’ 또는 ‘우편 투표’로 몰렸는데, 우편투표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시행되는 추세였지만, 올해는 대규모로 시행된 것이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부재자 투표의 규모와 조기투표가 전국적으로 증가한 것 역시 올해 선거의 특징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극명히 드러난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이념·인종·계층 간 대립 양상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이다. 내정은 물론 대외 정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초강대국 미국이 갖는 세계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반쪽 리더십만 가지고서는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미칠 파장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