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영 전 한인회장, 라이스大에 한국전쟁 관련 소장도서 60여권 기부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지만 내 조국, 내 동포 사랑은 지나온 세월만큼 더 견고해지더라” 이제 구순(九旬)에 접어든 박남영 전 휴스턴 한인회장(6대 회장)의 마음이다. 속 깊게 그 마음을 헤아려, 소중한 결실을 거두게 한 후배와 후대가 그의 곁에 있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박남영 전 회장은 6.25 전쟁이 발발한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일분일초까지 생생하다. 연락 장교로 5년 군복무, 전쟁포로로 갖은 고초를 겪은 전쟁세대다. 당시 외국 기자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묘사한 신문기사 내용이 매우 치욕스러웠고 점차 역사에 관심이 많아져 미국에 와서는 역사를 전공했다. 매주말마다 책방을 뒤지며 65년 동안 모은 한국전쟁 관련 서적만 200여권 분량이 된다. 평생 소장해온 귀한 유산이지만 자녀들의 관심 밖에 있는 서적들을 한인사회에도 기증한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던 차에 헬렌 장 이사장이 발 벗고 나서서 미재향군인회나 텍사스 대학 등을 수소문하다가 휴스턴어린이 박물관 이사를 역임하고 주류사회에서 활발한 봉사를 해오고 있는 수잔 진(Susan Jhin) 이사의 도움으로 휴스턴 소재 라이스대학 도서관과 연결이 되었던 것이다.
잊혀진 전쟁의 기억
수잔 진 이사는 라이스대학에 아시안 관련학문 도서와 연구가 확장되고 있지만 한국관련 서적이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앤 차오(Anne Chao)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앤차오 교수는 라이스대 휴스턴 아시안 아메리칸 아카이브(Houston Asian American Archive(HAAA) 프로그램 매니저와 인문학 강사를 겸임하고 있다. 앤 차오 패밀리는 라이스대학에 1천만 달러도 기부했다. 앤 차오 교수의 소개로 라이스대 도서관(Fondren Library) 사서 애나 쉬파버그(Anna Shparberg)와 함께 소장 도서 기증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은 이미 한인회에 기증한 서적들 외에 약 100여권을 추렸는데, 도서관에서 이미 소장하고 있는 40여권을 제외한 나머지 60여권이 라이스대 도서관에 영구보존하기로 결정됐다.
14일(월) 오전 11시 30분 라이스대 도서관 1층 아시안 참고 서적 코너에서 애나 쉬파버그 사서와 아시안 연구센터 한국 인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헬렌 장 이사장, 수잔 진 이사와 박남영 전 회장의 도서 기증식이 있었다.
박 전 회장은 “평생 수집, 소장했던 서적들의 기부를 허락한 라이스대학 도서관에 감사하며, 다음 세대들이 한국전쟁에 대해 읽고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기증된 서적마다 기증자 이름에 ‘박남영과 휴스턴 한인커뮤니티’가 명시된다. 조국 없는 국민이 있을 수 없듯이 휴스턴 한인사회 없는 한인동포의 이름은 무의미하다는 박 회장의 진심이었다. 이런 진심은 당일 전달식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박남영 전 회장은 “라이스대학 도서 기부는 한인사회의 아름다운 공보(公報)가 되었다”며 이번 성사를 위해 지난 해 9월부터 물밑 노력을 기울여온 헬렌 장 이사장과 수잔 진 이사의 헌신과 수고를 치하했다.
앤 차오 교수도 “커뮤니티의 가치를 소장하게 된 것을 환영하며 모두에게 기억에 남을 행사였을 것”이라며 축하 이메일을 보내왔다.
한편 애나 쉬파버그 사서는 “라이스대 도서관에 1991년 편찬된 27권짜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소장돼 있지만, 최신 버전의 한국 백과사전 소장을 희망한다”면서, 백과사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한국학 관련서적들의 기부를 적극 환영한다고 한인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