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면허 없이 권총 소지 가능
‘무기휴대의 권리’가 ‘무모한 위험 권리’로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제 87차 텍사스 입법 회기를 통과한 다수의 법안들이 9월 1일을 기해 시행되고 있다.
약 650개에 이르는 새로운 법률 중에는 유독 뜨거운 논란과 공방이 치열한 법안들이 많아 텍사스 주가 바이든 행정부와 전면 맞서는 형국이다.
그중에서 면허나 훈련없이도 권총 휴대를 허용하고, 낙태 금지법 등 전국적으로 우려가 일고 법적 공방도 예상된다. 특히 선거법 개정안도 이민사회를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총기 소유 급증
텍사스는 총기법이 취약하다. 주에서는 무면허 판매자로부터 총기를 구매하기 전에 범죄 배경 조사를 통과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텍사스는 또한 휴대 면허증을 소지한 사람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은폐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심지어 일부 교직원과 교사가 K-12 학교에서 총기를 휴대하는 것이 허용된다.
텍사스에서는 한 해 3천455명이 총기 사고로 숨진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398명의 여성들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같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텍사스 주에서는 지난 2017년 26명이 사망한 서덜랜드 스프링스 교회 총기 난사 사건, 2018년 10명이 사망한 산타페 고교 총기 난사 사건, 2019년 22명이 숨진 엘패소 월마트 사건 등 대형 총기 참사가 잇따라 발생했다.
실베스터 터너 시장은 9월 1일 텍사스에서 House Bill 1927가 법으로 제정된 것에,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필요했던 면허나 훈련 없이 공공장소에서 총을 휴대할 수 있게 되었다며 즉각 우려했다.
“휴스턴 시장으로서 저는 텍사스 주가 특히 총기 폭력이 증가하는 시기에 총기법을 완화한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많은 텍사스 사람들이 수정헌법 2조의 권리를 높이 평가하지만 수정헌법 2조는 무모한 위험에 대한 권리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1791년에 제정된 미 헌법 수정 제2조는 ‘무기휴대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미 남부 텍사스는 이미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가장 느슨한 곳으로 꼽혔던 지역이다. 2천900만 주 인구 가운데 권총 소지 면허 소지자만 160만 명에 달한다.
Everytown for Gun Safety 자료에 따르면, 허가 절차가 취약한 주에서는 권총 살인율이 11% 증가하고 폭력 범죄가 13~15%까지 증가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법을 준수하는 시민조차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총기 훈련을 받은 적이 없고 총을 발사한 적도 없는 사람이 합법적으로 총을 휴대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은 치명적인 무기를 잘못 취급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빈도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린 자녀들이 위험하다
총기는 미국에서 18세 미만 어린이의 두 번째 주요 사망 원인이다. 이러한 총기 사망의 대다수는 살인과 자살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총격은 18세 이하 어린이의 연간 총기 사망 원인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공중보건 위기에서 지속적으로 목격되는 가슴 아픈 측면이기도 하다.
청소년이나 유아들이 권총을 만지다가 우발적으로 가족과 주변사람의 목숨을 앗는 경우는 종종 일어났지만, 총기 소지가 급증한 코로나19 이후는 더 증가하고 있다.
반 아시안 증오범죄가 늘어나면서 아시안들의 총기 구입도 급증했다. 아동에 의한 총격은 대부분 아동에 대한 총격이라고 한다. 의도하지 않은 아동 총격사건의 70%는 피해자, 친척집, 다른 집 등에서 발생했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주말, 여름방학, 연말에 가장 자주 발생했다.
무자비한 살인과 총기 범죄로 늘어나면 결국 가난하고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사회는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고 치안에 구멍이 생긴다.
전국적으로 총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데 규제되지 않은 총기까지 늘어난다면 공공안전은 향상될 수 없다고 휴스턴 경찰국도 우려했다.
“이 결함이 있는 새로운 법은 우리 이웃과 거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규제되지 않은 총기는 우리의 공공 안전 문제를 악화시킨다면서 휴스턴 시는 공공안전 강화와 휴스턴 주민들과의 신뢰 구축에 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대면수업으로 가을학기가 개강한 이후 지난 3주 동안 텍사스에서 코로나19 발병 사례는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텍사스 교육청(TEA) 최신 정보에 따르면 8월 13일 이후 9월 6일 기준 총 5만1천명 이상의 학생들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이 숫자는 2주전 1만8천명보다 2배 이상 높고, 교직원 사례는 총 1만 3천건을 기록했다. 현재 각 교육구마다 자발적으로 코로나 감염사례를 보고하고 학교별로 감염자 수가 매일 업데이트 되고 있다.
초등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매일 몇 명씩 신규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상태로 학교에 등교하는 자녀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문제는 휴스턴 교육구(HISD)의 경우 초등학생 감염률이 55%로 고등학생 24%, 중학생 14%보다 월등히 높았다. 케이티 교육구도 9월 7일 기준 총 898건의 감염사례 중 초등학생 497명, 고등학생 167명, 중학생 218명으로 백신 접종을 못한 초등학생들의 감염률은 2배 이상 높았다. 텍사스의 총기법은 코로나로 안전망이 보장되지 못한 어린 자녀들에게 공공안전에 대한 위험까지 높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