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 2016년 총 투표율 50% 돌파… ‘블루 웨이브?’ or ‘맹목적 트럼프표?’
포트밴드 첫 ‘한인조기투표일’→ 아시안아메리칸 조기투표일(24일) 전격 시행

By 변성주 기자 / 양원호 기자
kjhou2000@yahoo.com
70만명 이상의 해리스카운티 주민들이 13일부터 시작한 텍사스 조기투표 첫 주 동안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텍사스 전체로는 20일(화) 기준 4백70만6천398명이 조기투표 첫 7일 동안 투표했다. 텍사스주에 등록한 유권자의 25%에 해당하고 2016년 총 유권자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숫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표율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한 놀라운 수치다.
앞으로 투표일까지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텍사스 주와 텍사스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해리스카운티의 집계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텍사스는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에는 투표율이 미국내 50개 주와 특별구를 포함해 43위 하위권이었고, 텍사스 주민 중 투표 자격이 있는 사람은 51%에 불과했다는 통계다. 이번 2020 인구조사 센서스 결과에 따라 2020년은 통계가 달라질 것이다. 확실한 것은 역대 이래 지금까지 텍사스가 다른 어떤 주보다 많은 투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어떤 주들도 아직 유권자의 50%가 조기투표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2016년에는 9백만 명 미만의 텍사스 주민이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했다.
관건은 과연 이러한 투표 열기가 민주당을 향한 ‘블루 물결’일지 혹은 맹목적인 트럼프 표로 몰릴지가 관건이다. 표면적으론 민주당이 휠씬 앞지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러한 투표 결과는 텍사스주의 조기투표 기간이 1주일 앞당겨 진 것도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주지사는 투표장 혼잡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여 19일부터 시작되는 조기투표일을 13일로 앞당겨 시행함으로써 투표기간이 2주에서 3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행정조치는 오히려 공화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소송 위협까지 받고 있다.
어느 쪽 당을 지지하던지에 상관없이 텍사스 주민들에게 2020년은 선거 참여면에서 매우 드물게 긍정적 결과를 내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주변 사람들이 투표하도록 계속 권유, 격려하는 일일 것이다.
포트밴드 사상 첫 ‘한인조기투표일’ 풍경
지난 17일(토)은 휴스턴 시민권자협회(회장 신현자)에게는 무척 의미가 깊은 첫 발을 내딛는 날이었다. 그동안 한인타운이 있는 해리스카운티 스프링브랜치의 트리니 멘델 커뮤니티 센터에서만 열리던 ‘한인조기투표일’ 캠페인을 사상 최초로 지역을 확대해 포트밴드 카운티의 싱코랜치에서도 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케이티 지역은 이미 십년도 훨씬 전부터 젊은 세대의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금에 와서는 비단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30-40대 한인들 외에도 20-30대 한인 부부들이 케이티 지역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 이에 따라 시민권자협회에서는 이번 11월 3일 미국대선을 앞두고 한인들의 투표 참여를 더욱 늘리기 위해 ‘한인조기투표일’ 캠페인 확대를 단행한 것이다.
트럼프의 연임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공화당 vs 민주당 지지자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사전투표의 열기도 전국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싱코랜치 도서관에 설치된 포트 밴드 조기투표소에는 이날 오후 내내 주말을 맞아 조기투표에 나선 유권자들로 붐볐다. 차량이 가득 찬 주차장에는 선거운동원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통령 후보부터 지역 카운티의 판사들까지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수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홍보 기간이 짧아 많은 한인들이 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신문을 통해 혹은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거나 현장에서 한글이 적힌 배너를 보고 찾아와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한인들이 꾸준히 보였다. 개중에는 ‘한인조기투표일’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40마일 가깝게 직접 운전하고 온 노부부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투표법상 통역 도움을 주는 봉사자는 투표를 하기 위한 유권자와 처음부터 동반해야 한다. 유권자를 따라 줄을 서서 투표를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건물 외부까지 줄이 섰던 당일을 기준으로 1시간여. 무엇보다 한인 봉사자들의 참여가 더 필요하다고 이날 봉사에 나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휴스턴 한인사회와의 Meet & Greet 에도 참가했던 Sri 연방 하원의원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나와 선거 운동을 벌였는데, 협회의 텐트를 찾아와 “한국 친구들에게 고마워요. 나와서 투표해주세요”라고 한국어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전략적 측면에서 연대 필요
한편, 시민권자협회는 오는 24일 ‘아시안 조기투표일’을 같은 장소인 싱코랜치 도서관에서, 25일 ‘한인조기투표일’은 25일 일요일 트리니멘델 커뮤니티센터에서 열고, 아시안과 한인들의 투표 참가를 독려할 계획이다.
한인사회가 주도한 ‘한인 조기투표일’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매우 좋은 선례로 평가되면서, 한인에 국한하지 않는 아시안-아메리칸 조기투표일도 전격 추진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인조기투표의 날에 한인들의 참여율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민생활 30~40년 동안 한번도 관심 갖지 않았다가 투표장에 나오기 시작하는 한인들이 생겼고, 한국어 지원 자원봉사자들이 투표장에서 쫒겨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오히려 주류사회에 한인사회의 투표에 대한 열심과 관심으로 비쳐졌다. 한인 자원봉사 시스템도 해를 거듭할수록 실질적인 투표 참여로 연결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지원 체제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긍정적 변화다. 결국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의 시민활동들은 정계 출마하려는 많은 현직 정치인과 후보들의 적극적인 한국사회를 향한 표심 구애로 이어졌고 이제는 자발적으로 한인사회 문을 두드리며 한 표 행사와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신현자 회장은 “한인사회의 투표 참여에 머물렀던 초점을 아시안 연대로 범주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사회만의 자체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시안 연대로 활동할 때 무게감과 규모를 확장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한인투표 참여 열기가 뜨겁지는 않아도 투표장 안 분위기는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도 자원봉사자들의 증언이다. 적어도 트리니멘델 커뮤니티센터의 경우 모국어가 한국어라고 하면 한국어 라인으로 즉시 안내할 정도로 한인 유권자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지난 수년간 꾸준히 조기투표의 날을 셋업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실제로 투표장에서 도운 결과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투표하는 코리안들의 모습은 긍정적으로 각인돼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