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재능 기부… 병원·초동대응인력·한인사회 골고루 전달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좋은 일은 두세 사람만 모여도 ‘충분’하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총체적 어려움 속에서는 작은 선행도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휴스턴도 마스크 착용이 27일(월)부터 의무화되고 강제적 규제가 아니더라도 당분간 마스크나 안면 가리개 착용은 생활화가 될 것이다.
한인사회에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한바탕 마스크 구입이 이슈화되었고, 일부 상인들이나 취급점들이 10불 혹은 그 이상 고가로 마스크를 판매하며 상도의를 저버린 행위들을 보였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스크 착용 시기가 왔지만 아직도 정부는 의료진과 초동대응인력에게 필요한 N-95는 권장하지 않고 헝겊 마스크나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가리개 등의 사용을 권장하며 마스크 대란을 피해가고 있다.
지난 10일(금)부터 한인회관에서는 휴스턴 한인문화원 회원, 교사, 봉사자들이 모여 수제 마스크를 제작했다. 처음에는 외부 요청에 의해 시작했지만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재능과 시간, 재료 기부로 친구, 가족, 이웃에게 하나둘 만들어 주었던 것이 지역사회로 확대 되었다.
평소 라틴댄스 등으로 호흡이 잘 맞았던 터라 회원들은 헝겊 위에 본을 뜨고 재단, 재봉질까지 사회적 거리를 두고 앉아 척척 만들었고, 각 가정에서도 마스크 제작은 계속 이어졌다.
처음에는 집에서 쓰지 않는 헝겊들을 모아 시작한 것이 마스크 제작에 탄력이 붙으면서 입지 않는 남편 와이셔츠, 구입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침대보 등도 총동원되었다.
귀에 걸 수 있게 필요한 고무줄 구입이 어렵게 되자 일일이 헝겊을 돌려 박아서 끈을 만들다가 나중에는 월마트에서 탄력성 좋은 스판 바지를 구입해 잘라서 끈으로 대용하는 등 아이디어가 총동원돼 알록달록 예쁜 마스크를 지금까지 700여개 정도 제작했다.
한인회 산하 한인문화원에서 제작한 수제마스크는 외부기관이 요청한 1차분을 전달했고, 나머지 400여개는 휴스턴 시와 한인사회에 골고루 전달하며 따스한 정을 나누었다.
지난 20일(월) 오후 12시 30분경 디스트릭A 애미 팩(Amy Pack) 시의원 측에 초동대응요원들이 사용할 마스크 200장이 전달됐다. 한인노인분들이 많이 요양하고 있는 스프링브랜치 양로원에도 병원 직원들이 사용할 마스크 100장을 전달했다. 한인회는 그밖에 한인노인회와 휴스턴장애우부모회에도 각각 50매씩 전달키로 했다. 또한 계속 지역사회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당분간 마스크 제작도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시작한 마스크 제작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브니엘사역 박희복 씨와 한미여성회 미주연합회(회장 실비아패튼)도 후원금을 전달했다.
한편 코로나 사태로 이사회 의결 절차가 연기된 가운데 휴스턴 한미여성회(회장 동선희)는 시민권자협회나 한인농악단처럼 휴스턴 한인회 산하 단체로서 독립적 활동을 시작했다. 선한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