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전역서 평화의 연대 메시지 줄이어 답지
“역사 왜곡은 더 나은 미래의 걸림돌”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코로나19는 전통적인 시공간의 개념을 한순간 바꿔버렸다. 더 이상 물리적 공간이 장벽이 될 수 없고, 역사의 흐름은 거침없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베를린 미테구 소녀상 철거명령을 지구 반대쪽의 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난 17일(토) 오후 1시 보리(Bori) 레스토랑 정원에 안치돼있는 소녀상 앞에서 휴스턴 함께 맞는 비(함비, 회장 구보경)가 주최하여 베를린 미테구 소녀상 철거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는 휴스턴 함께 맞는 비를 비롯해 휴스턴호남향우회(회장 정성태), OKEDA 구기번 사무총장, 독립유공자 차대덕, 그리고 휴스턴 한인학교 박은주 교장이 뜻을 같이하여 동참했다.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베를린 코리아협의회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도움을 받아 설치했지만 불과 2주 만에 일본의 압력 속에 14일까지 자진 철거명령이 내려졌다. 현재는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거 강행이 일단 보류된 상황이다.
‘함께 맞는 비’ 구보경 회장은 코로나19로 많은 참석을 요청할 수 없었던 대신 소수정예로 모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오케다(OKEDA) 구기번 사무총장은 현재 보리 레스토랑 정원에 세워진 소녀상은 세계 여러 곳에 건립된 소녀상들 중에서도 가장 안전하게 안치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개인 사유공간이 소녀상의 영구적인 자리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할 일은 많지만, 그 중에서 소녀상을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도 말했다. 구기번 사무총장은 지난 20여 년간 오케다를 통해 줄곧 대북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는 사업가다.
휴스턴 동포사회 입장에서 발언에 나선 호남향우회 정성태 회장은 일제치하 36년의 아픔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생활 속에서 일본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도 좋은 실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젊은 세대가 앞장서 변화의 바람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3.1절이나 8.15 광복절 같은 국경일에 젊은 세대들이 적극 참석해야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평화투쟁에 양보는 없다
코로나19 상황도 아랑곳않고 휴스턴에서 베를린 소녀상 철거명령 철회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 곳곳에서 연대 메시지들이 답지했고, 이날 회원들이 대신 낭독했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코로나 상황을 통해 일상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삼 깨닫는다고 언급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평화의 상징으로서의 소녀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미향 국회의원은 소녀상 철거 반대 연대가 힘의 동맹이 아닌 진실과 평화의 동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시간, 보스톤을 넘어 한국, 뉴질랜드, 자카르타,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독일, 호주 등 각국의 단체와 개인을 통해 동참과 응원이 담긴 메시지들이 낭독됐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휴스턴 함께 맞는 비의 행동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며 “연대가 힘”이라는 사실에 힘을 실었다.
한편 차대덕 광복회원은 이날 갑작스런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한인학교 박은주 교장도 학교 행사로 불참했지만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알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교육자의 사명이며, 역사적으로 왜곡하고 숨기는 일은 온당치 않으므로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녀상 철거를 고려하고 소녀상을 지켜주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서 구보경 회장은 베를린 미테구 소녀상 철거명령 철회촉구 성명서를 낭독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민국 국민들과 전세계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들은 평화에 있어서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며 정의와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던져 뜻을 이루는 한국민을 상기시켰다. 또한 구 회장은 소녀상 철거 문제와 관련 일본정부, 독일정부, 그리고 한국정부에 각각 공개 요구했다. 첫째, 일본정부는 치졸한 소녀상 철거 공작과 외교 공작을 멈출 것, 둘째, 독일정부는 세계인권규범을 다시 써온 세계 시민들의 실천과 유엔 노력을 받들어 평화의 비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하라고 요청했으며, 셋째 한국정부와 외교부에는 2015 한일합의에 숨지 말고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정치적 노력과 외교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마지막 순서로 조경희 회원의 선창으로 “베를린이여 용감하라”,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자”, “철거명령을 철회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공식 행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