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품귀 현상까지…예방접종·개량백신 권장
독감·코로나·RSV ‘트리플데믹’ 비상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미국에 독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독감 입원 환자가 10년 이래 최다라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휴스턴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휴스턴의 독감 시즌은 예년보다 더 심하게 타격을 입었다고 말한다.
독감 발병률이 미 전국적으로 그리고 지역적으로 높은 양상을 보이는데, 휴스턴의 경우 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휴스턴 보건부는 현재로서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독감이 수그러들지 않을 환경적 요인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연말연시 연휴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휴일 이후 독감이 증가하는 양상이므로 연말연시 각종 모임이 있기 전에 백신 접종이 요구되고 있다.
휴스턴 보건국의 데이비스 피어스(David Persse) 박사는 올해 매우 강력하고 빠르게 독감이 발생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독감 사례가 줄어들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독감에 걸렸어도 어느 정도 면역력이 있었지만, 올해는 면역력이 없었기 때문에 독감 환자가 더 속출했다”는 것이다.

‘삼중 팬데믹’ 병원 비상
독감 유행으로 진열대에서는 해열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용 타이레놀(Tylenol)이나 모트린(Motrin)을 찾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매장은 해열제 매대가 텅 비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호흡기 바이러스 수치가 높거나 매우 높기 때문에 일반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최근 CNN와 인터뷰에서 인정했다. 어린이용 타이레놀과 어린이용 모트린 제조사인 존슨&존슨은 공급망 문제나 전국적인 부족은 없지만 높은 수요로 인해 일부 선반이 비어 있다면서, 성명을 통해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고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사람들이 필요한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독감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3가지 바이러스, 즉 독감(인플루엔자), 코로나(COVID), RSV(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가 동시에 공격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텍사스 주에서 독감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어린이가 특히 급증하고 있다. 미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포트워스에 있는 쿡 어린이병원은 하루 24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은 어린이 환자가 564명에 달하기도 했다.
독감과 RSV 환자가 급증하는 것과 달리, 코로나19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 코로나19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코로나 감염자가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자기격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보통 한겨울이나 초봄에 유행하는 RSV가 최근 급증하는 점에 주목,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며 코로나19와 독감, RSV가 한꺼번에 퍼지는 이른바 ‘트리플데믹(tripledemic)’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데이비드 피어스 박사는 이번 시즌 독감이 어린이 뿐만아니라 모든 연령대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 어린이 RSV 사례도 평소보다 일찍 급증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연휴 기간을 맞으면서 당분간 ‘트리플데믹’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독감주사, 지금 맞아도 안 늦어
독감 시즌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다. 현재 10월 이후 텍사스에서 독감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은 총 6명으로 보고됐다. 최근에는 갤베스턴 카운티에서 10대 소년이 독감 증상을 보인 뒤 11월 30일 인플루엔자 A 양성 판정을 받은 후 3일 만에 사망했다. 이 소년은 기저 질병이 있었지만 독감 주사를 맞지 않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독감으로 입원한 성인 10명 중 9명은 적어도 하나의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보건 당국은 계절성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6개월 이상 된 주민들에게 매년 예방 접종을 받을 것을 촉구한다.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임산부, 어린이,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독감 예방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또 12월 5일부터 9일은 전국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주간 이다. 아직 백신을 맞을 시간이 늦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데이비드 피어스 박사도 “독감 시즌에 이미 접어들었지만 3월까지는 아직 멀었다”면서, 독감 백신을 맞을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고 했다. 예방 접종을 빨리 받으면 어린이, 가족, 면역 체계가 약화된 사람들이 연휴 동안 병에 걸리지 않도록 더욱 보호할 수 있다.
미 보건당국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개인위생 등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은 물론 개량된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을 모두 접종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6개월 이상의 모든 사람은 무료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5세 이상인 사람은 추가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이민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무료 제공이다.
휴스턴 보건소는 보험 유무에 관계없이 생후 6개월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제공하는데, 소득에 따라 최대 15달러 까지 비용을 내야 한다.
보건부 예방접종 장소는 HoustonHealth.org 나 832-393-4220으로 전화하여 확인할 수 있다. 주변 약국과 닥터오피스에서도 쉽게 접종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