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현 사진작가, 휴스턴 론스타챕터 참전용사들 기록에 담아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2023년은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 때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로 불렸던 때도 있었으나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 속에 더 이상 잊혀진 전쟁이 될 수 없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록하는 사진작가로 ‘유퀴즈온더 블럭’ 출연은 물론 주요 일간지 인터뷰, 소개 기사로 이미 유명해진 라미현 사진작가(한국명 현효제)가 지난 12월 29일(목) 저녁 휴스턴에 도착해, 연말연시 텍사스 론스타챕터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본지는 라미현 작가가 미국을 순회 방문 중이던 2020년부터 작가와 연락하여 휴스턴 론스타챕터 회원들 인터뷰를 계획했다. 당시 캠핑카를 빌려 미전역을 다니는 일정이다 보니 스케줄이 유동적이었고, 텍사스 방문 일정도 6월경에서 12월로 연기되기도 했다. 현 작가는 지난 12월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지역을 방문했는데, 달라스와 어스틴, 샌안토니오를 거쳐 휴스턴에 도착했다. 막판에 12월말-1월 중 휴스턴을 방문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서둘러 론스타챕터 이진흥 부회장과 함께 1950-1953년 사이 한국전에 참전했던 약 10명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사하신 분, 연락이 두절되거나 연결이 안 되는 분들도 있었다. 문제는 막상 하루 2명의 인터뷰 일정을 정하는 것이었는데, 연말연시도 겹쳤고, 대부분 90세가 넘어 건강이 좋지 않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았다. 또한 단순히 사진 촬영하는 것이 아닌 자택을 방문하여 영상과 사진을 찍는다는 설명에 주저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라미현 작가는 참전용사분과의 첫 만남에 꽃다발부터 전달했다. 그리고 왜 프로젝트 솔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분들의 자부심을 기록으로 남겨 다음세대에 전달하겠다는 취지를 찬찬히 과거 사진앨범 등을 보여드리면서 설명했다. 사진은 그 자리에서 출력하여 액자로 만들어 참전용사분들에게 선사했다. 라미현 작가는 후원자들의 이름이 적힌 2023년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달력과 한인 학생들의 영어로 된 감사 손편지, 학생들이 직접 그린 손부채, 태극기 등도 선물로 전달했다. 간혹 사진액자를 전달할 때 얼마를 지불하면 되느냐고 물어보시는 참전용사들도 있는데 “72년 전에 이미 다 지불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면 눈물을 글썽이며 덥석 안아주신다고 말했다.

FREEDOM IS NOT FREE
한국군을 상대로 다양한 사진 프로젝트를 해왔던 라미현 작가는 2016년 한국군 사진 전시회에서 실 스킬라토 라는 한국전 참전용사를 처음 만났다. 그분의 사진을 찍으면서 왠지 모를 강렬한 자부심을 눈빛 속에서 느꼈고, 그 자부심의 출처에 대한 호기심으로 유엔참전국 각 대사관에 편지를 보내 참전용사들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연락이 닿은 것은 영국이었는데, 앨런 가이 영국 참전용사회 회장을 인터뷰하기 전까지만 해도 세대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 집을 방문하는 것에 걱정이 많았는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옆집 할아버지 같은 앨런 가이 참전용사를 만났고,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만남은 무려 6시간 대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잊혀진 나라에서 온 젊은 청년의 감사인사에 마치 인생을 보답 받은 것처럼 좋아하신 참전용사들을 만나면서, 결국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은 이후 소개에서 소개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각지의 후원에 힘입어 전세계 2천여명의 참전용사들을 기록했다.
이번 휴스턴 방문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자신을 ‘한 대장’으로 불러 달라면서 한국전 참전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휴스턴 한인동포들과 큰 친분과 애정을 갖고 있던 리차드 핼퍼티 이사장이 코로나19로 격리 중이어서 인터뷰를 하지 못한 점이다.
현 작가도 “만나 뵙기로 한 분들의 부고 소식을 거의 매일 전달 받는 현실”이라면서, 더 늦지 않게 더 많은 분을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전 70주년이 되는 올해 중순까지 계속한 후 이후 기념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참전용사들의 사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들의 자부심이 너무나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자유를 위한 이 투쟁의 일부가 된 것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이었고, 이런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오히려 영광”이라고 라미현 작가는 말했다. 또 프로젝트 솔저가 멈추지 않고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가치와 이야기를 기록하여 다음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분들의 도움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동참을 당부했다.
*문의: projectsoldierkwv@gmail.com / gofund.me/59e535b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