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은 남아 도는데 승인 건수는 기대 이하
신청자들 수개월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에 분통
By 변성주 기자
kjhou2000@yahoo.com
‘소문난 잔치상’은 아니어도 바이든 행정부가 취약계층과 소상인들을 위해 초유의 예산을 확보하여 지원하고 있는 긴급 구호 프로그램들이 처리 지연으로 인해 유명무실이 아니냐는 불만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 대해 이런 불만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이유는, 정작 정부의 지원을 생명줄 처럼 기다리고 있는 곤궁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까지 시간이 너무 소요되고 정보 전달도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 등 접근성과 긴급성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긴급 유예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주택임대인 퇴거 유예 조치도 같은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31일자로 유예 조치가 종료되었다가 극적으로 8월 3일 CDC가 2개월 임시 연장조치가 내려진 상태이지만,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퇴거를 막기 위해 긴급 임대료 지원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지만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들도 많다.
물론 주택 임대인 퇴거 유예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취약한 임대인들에게 일시적인 응급조치에 불과하지만 응급조치 조차 시간이 걸리자 “과연 몇 개월씩 참고 기다려줄 집주인이 얼마나 있겠느나”는 자조적인 말들을 하고 있다.
‘몰라서’ 지나치고 ‘어려워서’ 포기
코로나19 기간 중 연방정부 중소기업청 SBA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장 위기에 처해있는 영세 소상인들을 포함해 500인 이하 중소 사업체, 그리고 비영리단체와 프리랜서 등에게 PPP 론과 EIDL 긴급 경제적 피해복구 기금을 우선적으로 제공했다.
이런 긴급 대출과 보조금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미 많은 소상인들이 문을 닫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 외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1년 반 넘게 길어지고,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변종 바이러스라는 복병까지 나오면서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속도감을 잃고 그 가운데 많은 소상인들은 여전히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SBA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아직 최대 1만 달러의 Targeted EIDL Advance 지원금과 직원 10명 미만 사업체에 해당되는 5천 달러의 보충 지원금도 신청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보조금 중 하나 혹은 전부 혜택을 받으려면 사업체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 SBA는 코로나19 구제 프로그램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러한 Targeted EIDL 선급금이나 5천 달러 보충 지원금 모두 이전에 EIDL 대출이 거부당했거나 혹은 현재 EIDL 융자를 받고 있는 사업체가 아니더라도 받을 수 있는 갚을 필요가 없는 무상 보조금이라면서, 적극적인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SBA 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후 진행할 수 있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대해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많은 영세 사업자들은 놓치고 있는 경우들도 비일비재하다. 이메일 통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정부 지원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무시해버렸다는 한인소매상인들도 있다. 물론 정보가 빠르고 확실한 CPA에게 이러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일괄 의뢰한 경우라면 괜찮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 영세 상인들이 혼자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중요한 SBA 구호 프로그램은 EIDL 융자금 증액이다. 지난 4월 초 경제적 피해에 따라 기존 최대 15만 달러의 저리 대출을 받았던 사업자는 최대 50만 달러까지 가능해졌다.
그러나 7월 15일 기준으로 Targeted EIDL Advance 보조금은 300억 달러 중 겨우 24억 달러만 승인되었고, 5천 달러의 보충 사전 교부금은 50억 달러 중 10억 달러만 교부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EIDL 융자금 증액을 신청한 사업체들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처리 중’ 상태로 고착돼있었다. 최근 이러한 지연과 지체 상황들이 보도되기 시작했고, 7월 중순부터 EIDL 융자금 증액 신청에 대해 SBA로 부터 통보 메일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3개월 만에 받은 통보들은 대부분 ‘융자액 조정 신청’ 불가 통지들인데, 그중 상당수가 오류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신청인들의 분통을 사고 있다. 통지문에 따르면, 불가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신청자들은 불가 사유를 번복할 수 있는 증거 서류를 설명과 함께 재심의 부서로 보내야 한다. 재심의는 이의를 제기하는 대상 누구한테 열려있지만, 이전의 사례를 보았을 때 구비서류를 첨부해소 보내도 최소 1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오류’ 가득한 거부 통지서
맘 앤 팝 규모의 가족 단위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한인업주는 IRS의 자료와 소셜번호나 Tax ID 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고, 또한 경우는 2019년 세금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등 말도 안되는 사유들에 분통을 터뜨렸다.
EIDL 신청을 집중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 한 유튜버는 SBA가 웨비나에서 현재 하루 평균 EIDL 융자 증액건의 검토를 예전 수준의 10배나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오는 8월까지 융자금 증액에 대한 검토가 끝날 것이라는 SBA 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나 검토가 모두 승인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오류가 있는 결과를 뒤집기 위해선 신청자들은 또 다시 몇 개월을 속타는 기다림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두고 SNS 상에서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취약계층이나 소상인들의 가장 큰 약점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탄력성’이란 바로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당장 임대료를 내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일 것이다. ‘긴급함’을 뒷받침해주려는 정부의 의지와 좋은 구제 프로그램이 빛을 보려면 신속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IDL 융자금 증액 처리에 뒤늦게 나마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전히 취약한 소상인들에게는 계속 기다려야 할지, 재심의 신청을 또 할지, 아니면 그대로 포기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물어볼 사람도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다. 한인사회에 이러한 취약계층을 위해 구체적으로 일하고 봉사할 수 있는 창구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